"대만 독무대 팹리스 공략 성공" 메모리 강자 제주반도체 [혁신 이끄는 파워 강소기업]

강경래 2023. 9. 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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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창업·2005년 코스닥 상장
국내외 200여 곳과 MCP 등 거래
작년 영업익 261억 수익성 개선
5G IoT·자동차전장 부문에 주력
제주반도체 직원이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들어보이고 있다. 제주반도체 제공
제주반도체는 지난 2000년 설립한 이후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반도체를 창업한 박성식 대표는 과거 삼성전자에서 일본 주재원으로 활동했다. 그가 삼성전자 일본 법인에서 근무하던 1990년대 당시만 해도 일본은 전 세계 전자산업을 주도했다. 이에 일본 현지에 있으면 일본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반도체 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박 대표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이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여기에 대만 중소·중견기업들이 다수 진입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개발 만을 전문으로 하고 생산은 철저히 외주에 맡기는 팹리스(Fabless) 업체들이었다.

대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인 고용량 메모리반도체에 주력하는 반면, 대만 팹리스 업체들은 대기업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하지 않는 '다품종 소량생산'인 저용량 제품에 주력했다.

박 대표는 이렇듯 대만 팹리스 업체들이 활동하는 저용량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파악해보니 전체 메모리반도체 시장 중 10%가량을 차지했다. 박 대표는 대만보다 우수한 한국 메모리반도체 연구 인력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메모리반도체 틈새시장을 확인한 박 대표는 국내로 돌아와 2000년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에도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를 내달렸던 덕에 관련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운도 따라줬다. 당시 휴대폰 업계 1위인 노키아와의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그 결과 제주반도체는 창업 4년 만인 2004년에 매출액이 814억원에 달했다. 이듬해엔 코스닥 시장에도 상장했다.

하지만 이후 주요 거래처였던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제주반도체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절치부심 끝에 박 대표는 휴대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메모리반도체를 만드는데 전력을 쏟았다. 아울러 거래처 역시 노키아 외에 여러 곳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제주반도체 거래처는 현재 국내외 200곳 이상이다. 메모리반도체 제품군 역시 △멀티 칩 패키지(MCP) △낸드플래시 응용제품 △D램 △C램 등 다양하게 확보했다. 제주반도체 매출액은 2020년 1105억원에서 이듬해 1766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엔 1583억원으로 매출액이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92억원에서 261억원으로 증가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제주반도체가 최근 주목하는 메모리반도체 적용 분야는 자동차 전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메모리반도체 제품에 대한 '자동차용 부품 신뢰성 평가규격(AEC-Q100)' 인증을 10개 이상 확보했다. 제주반도체는 최근 유럽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전장업체와도 거래 물꼬를 트면서 관련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매출액 중 5%가량을 차지했던 자동차 전장부문이 올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반도체는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으로부터 5G 사물인터넷(IoT) 칩셋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 인증을 다수 받았다. 특히 퀄컴으로부터 관련 인증을 받은 업체는 현재까지 제주반도체, 마이크론 등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마이크론의 5G IoT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이 위축한 반면, 제주반도체는 관련 제품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반도체는 이러한 반사이익과 함께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불황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뚜렷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한편, 제주반도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동운아나텍, 픽셀플러스, 칩스앤미디어 등과 함께 '글로벌 스타팹리스'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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