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가 끌어올린 '반짝 상승' 물가… "추석이후 더 걱정" [심상찮은 물가]
정부 "유가·농산물값 안정세 기대"
"20대 성수품 가격 5% 이상 낮게"
16만t 물량 공급·670억 할인 지원
통계청이 5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3.4% 올랐다.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월 중순부터 큰 폭으로 상승한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고, 호우·폭염 등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등 일시적 요인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유가는 아직 변동성이 큰 상황이나 8월 중순 이후로는 배럴당 80달러대 중·후반에서 등락 중이며, 이에 따라 국내 석유류 가격도 8월 말부터는 상승세가 둔화된 모습"이라며 "호우·폭염 등 영향으로 상승했던 농산물 가격도 기상여건이 개선되면서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반등을 '반짝 증가'로 진단한 것이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7달러 수준을 8월 내내 유지하고 있다. 6월 75달러에서 7월 80달러로, 다시 8월에 86달러로 5~6달러가량씩 뛰어오른 데 비해 다소 안정된 모습이다. 상추와 배추 가격 역시 각각 7월 말~8월 초에 비해서는 소폭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8월 실제 인상률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 등은 8월 소비자물가가 0.5%p가량 오른 2.8% 내외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6월 수준(전년동월 대비 2.7% 상승)의 물가로 돌아가는 것을 예상했지만 실제 1.1%p가량 치솟은 결과를 보였다.
한국은행 역시 기재부의 낙관적 전망과는 다른 예측을 내놨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며 지난 7월 13일 기준금리를 3.50%로 재차 동결했다. 금리인하를 논하기에도 아직 물가가 높다는 방증이다.
한은이 예측하는 연간 소비자물가는 3.5%다. 단순계산으로 남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3% 근처를 맴돌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연간 3%대 초반을 예측하며 매월 2%대 진입을 목표로 하는 정부 입장보다 보수적인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올라간 농산물 가격이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사과(홍로·상품) 도매가격은 10㎏에 8만4800원으로 1년 전 5만3025원보다 59.9% 높다. 2018∼2022년 가격 중 최대·최소치를 제외한 3년 평균값을 말하는 평년 가격(5만1038원)과 비교하면 66.2% 상승했다. 배(원황·상품) 도매가격은 15㎏에 5만6780원으로 1년 전(4만4575원)과 비교하면 27.4%, 평년(4만6855원)과 비교해 21.2% 비싸졌다.
농식품부는 "9월 농축산물 수급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나 봄철 저온과 서리 피해가 발생한 사과, 배는 상등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추석 기간을 중심으로 주요 물품 물가안정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병환 차관은 "추석 수요가 큰 20대 성수품 가격을 작년 대비 5% 이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예비비 800억원이 확정되면 연말까지 수산물 할인지원율을 온·오프라인은 30%,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는 40%로 각각 확대해 최대 60%까지 할인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닭고기 할당관세 물량 3만t, 사과와 배 등 총 16만t 규모의 20대 성수품 공급을 시작한다. 농축산물 할인행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670억원을 투입해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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