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KTX' 만들고, 고속道 2배로…느려터진 '물류 혈관' 뚫는다

유창재 2023. 9. 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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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인도다
(3) 모디의 인프라 혁명…글로벌 기업 '투자 장벽' 해소
車로 8시간 거리, 2시간으로 단축
항만 작업 속도 5일→2일로 줄여
도심 지하철·히말라야 터널 구축
"인프라 확충…2047년 선진국 진입"
인도 뭄바이의 지하철 공사 현장. 뭄바이시는 이 노선이 개통되면 자동차 통행량을 35%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뭄바이메트로레일 제공


지난달 20일 인도 구자라트주 주도 간디나가르의 기차역. 한국의 옛 비둘기호를 연상시키는 낡은 기차들 사이로 KTX급 최신식 열차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인도 서부 해안을 따라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까지 가는 반데바라트 익스프레스다. 2019년 운행을 시작한 반데바라트의 최고 속도는 시속 160㎞지만 열악한 인도의 선로 사정상 시속 130㎞까지 달릴 수 있다. 준(準)초고속 열차다. 약 500㎞ 떨어진 뭄바이까지 여섯 시간 넘게 걸렸지만, 열차 내부는 깨끗하고 서비스도 좋았다.

열차 탑승 전 만난 프라디프 아히르카르 인도 초고속열차공사 수석프로젝트매니저는 “같은 구간을 2026년부터는 두 시간 만에 다닐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시속 320㎞까지 달릴 수 있는 인도 최초의 초고속열차 프로젝트가 이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히르카르 매니저는 “인도의 경제 중심지인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에서 뭄바이까지 그동안은 자동차로 여덟 시간, 비행기로도 공항 이동 시간을 포함해 서너 시간 걸렸는데 이를 대폭 단축하게 되는 것”이라며 “교통·물류 인프라 확충에 대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2047년까지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열악한 인프라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3.3%를 각종 인프라 투자에 배정했다. 인베스트인디아에 따르면 이 중 7500억루피(약 12조원)가 항만을 개선하고 철도와 도로, 교량을 짓는 100여 개 물류 연결성 강화 프로젝트에 쓰이고 있다.

인도 도로교통·고속도로부에 따르면 2013년 7만9000㎞이던 인도 고속도로 총연장은 지난해 14만1000㎞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인도 주요 항구에서 컨테이너 하역, 검사, 문서 작성, 반출입 등을 모두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TAT)은 2011년 5.29일에서 2021년 2.18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도시 간 연결은 물론 도시 내 교통 인프라도 활발히 개선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뭄바이는 지하철 3호선 공사로 도시 전체가 공사판이었다. 3호선이라고 하지만 전체 노선을 100% 지하화하는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케이 굽타 뭄바이메트로레일 이사는 “뭄바이의 교통량이 지난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나 자동차는 120만 대, 오토바이와 버스를 합치면 430만 대에 달한다”며 “교통 정체와 대기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 3호선이 완공되면 자동차 교통량을 3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뭄바이 시내를 관통하는 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되고 휘발유 사용량도 하루 25만L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히말라야산맥이 있는 북쪽 국경지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력 분쟁 시 병력을 빠르게 국경으로 보낼 수 있는 군사 전략적 측면과 거대한 인도를 땅끝까지 연결해 물류 시간을 단축하는 경제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조치다. 2020년 완공된 히마찰프라데시주의 아탈터널이 대표적이다. 길이 9㎞로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이다. 여러 개의 산을 뚫어 터널을 짓느라 약 4억달러가 들었다.

이 터널 공사를 맡은 건 158년 역사의 인도 건설·토목업체 사푸지팔론지. 아킬 굽타 사푸지팔론지E&C 최고경영자(CEO)는 “아탈터널 개통 후 과거에는 하절기 6개월만 다닐 수 있던 이 지역을 365일 다닐 수 있게 됐고, 과거 네 시간 걸리던 이동 시간을 15분으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사푸지팔론지는 잠무·카슈미르 지역에 에펠탑보다 높은 세계 최고 높이의 아치 철교도 짓고 있다. 굽타 CEO는 “항구, 교량, 댐, 도로부터 데이터센터, 컨벤션센터, 주택까지 인도 전체가 공사 중”이라고 말했다.

■ 인도 시리즈 특별취재팀

팀장=유창재 정치부장
박한신 경제부, 박의명 증권부,
배성수 산업부, 맹진규 정치부,
이현일·신정은 국제부 기자

아마다바드·뭄바이=유창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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