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ARM` 상장에 먹을 게 없다?

이윤희 2023. 9. 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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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핵심…애플·아마존 주고객
손정의 "5배 성장" 기대 못미쳐
공모가 주당 6만원 중반대 추산
외신, 경기둔화로 기대이하 평가
연합뉴스

올해 전 세계 시장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영국 반도체 팹리스(설계기업)업체 ARM의 미국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핵심 쟁점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맞춰졌다.

5일 금융투자업계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ARM은 이르면 이달 뉴욕 나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S-1)을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ARM의 공모가는 주당 47∼51달러 (약 6만2063원~6만7345원) 수준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기업가치는 500억∼540억달러(약 65조9000억∼71조3000억원)로 추산된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PC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앱 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반도체 설계자산(IP)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실제로 애플, 아마존 등이 자체 PC와 클라우드 전용 칩셋에 ARM IP를 활용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상장이 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추산된 기업가치는 지난달 소프트뱅크그룹이 비전펀드로부터 ARM 지분 25%를 매입할 당시 책정했던 기업가치 평가액 640억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2016년 손 회장이 ARM을 인수할 당시 인수가격은 320억달러였다. 당시 손 회장은 ARM 인수가 수십년 동안의 기술 투자 끝에 나온 "운명"이었다고 기대하면서 "5년 안에 (기업가치가) 5배 성장"을 자신한 바 있다.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인수한 뒤 2017년 ARM의 지분 25%를 비전펀드에 80억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2020년 엔비디아에 ARM을 최대 400억달러에 매각하려 했지만 각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매각 대신 미국 증시에 상장시켜 자금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외신들은 ARM의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작은 것은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ARM은 매출 중 4분의 1을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점도 리스크로 지목받는다. 미중 갈등과 중국 시장의 성장세 둔화 등 정치·경제적 위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ARM은 투자설명서에서 "ARM차이나가 ARM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적시했다.

ARM이 지난 6월까지 1년간 올린 매출은 27억달러(3조5000억원)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ARM은 2016년 이래 매출 증가율은 65%로, 업계 선두주자인 엔비디아(326%) 등에 비해서는 크게 뒤처진다. 2023회계연도 기준 수익률은 매출의 20%다. 소프트뱅크의 인수 직전 해(34%)에 비해 줄어들었다.

ARM의 상장 효과가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 IT 대기업들은 IPO의 '앵커 투자자'로 나섰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인텔, 알파벳, AMD, 케이던스 디자인, 시놉시스 등이 ARM의 IPO 투자자로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 엔비디아, 기타 전략적 투자자들은 ARM의 IPO에 2500만~1억달러를 각각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소프트뱅크는 IPO 흥행을 위해 글로벌 반도체 회사에게 투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밸류체인 내 핵심 회사인 ARM과의 협력관계를 위해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포인트는 PC, 서버, 인공지능 등 ARM의 IP 기반의 반도체 설계 수요 증가이고, 리스크 요인은 스마트폰 업황의 부진, 대체 신기술 RISC-V의 부상, ARM 차이나 등"이라면서 "예상 시가총액은 2016년 소프트뱅크 인수 제안 가격이나 2020년 엔비디아 인수 제안 가격을 감안 시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주식시장에서 ARM만큼이나 대체 불가능한 독점력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밸류에이션 등을 고려하면 결코 매력적인 가격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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