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습기살균제 폐암 유발 가능성 첫 공식 인정

김예윤기자 2023. 9. 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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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관성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도입된 이후 폐가 딱딱해지는 폐 섬유화와 천식 비염 폐렴 같은 질환은 피해로 인정됐지만 폐암은 피해 인정이 보류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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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준 환경부 차관(위원장)이 5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열린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9.5/뉴스1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관성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도입된 이후 폐가 딱딱해지는 폐 섬유화와 천식 비염 폐렴 같은 질환은 피해로 인정됐지만 폐암은 피해 인정이 보류돼왔다.

환경부는 5일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열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발병한 폐암 사망자 1명의 피해 인정을 의결하고 폐암 피해 구제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 중 폐암 진단자는 총 206명이다.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공식 인정한 것은 최근 고려대 안산병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MG-P)에 의한 폐 질환 변화 관찰 연구’ 결과가 그 근거가 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간 연구로는 폐암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하기에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해 판정을 보류하고 있었다”며 “최근 도출된 연구 결과를 검토했을 때 폐암 피해를 구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가습기살균제 독성 물질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쥐에게서 일부 폐 악성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PHMG-P를 3개 농도(0.2, 1.0, 5.0㎎/㎏)로 나눠 각 20마리 쥐에게 2주 간격으로 투여한 결과, 20주 후 모든 쥐에게서 폐 염증과 섬유화가 관찰됐다. 40주 뒤에는 0.2㎎/㎏와 1.0㎎/㎏ 노출군에는 각각 1마리, 5.0㎎/㎏ 노출군에서는 9마리가 폐 악성종양이 발생했다. 54주 뒤에는 0.2㎎/㎏ 노출군 1마리, 1.0㎎/㎏ 노출군 3마리, 5.0㎎/㎏ 노출군에서는 14마리에게서 폐 악성종양이 관찰됐다.

앞서 2021년 7월에도 폐암 피해자 1명이 피해를 인정 받은 적이 있으나 이 사례는 젊은 나이(20대)에 비흡연자인 점 등 가습기살균제 외엔 다른 폐암 발병 요인이 드러나지 않아 개별 인과관계 검토를 통해 피해를 인정 받았다.

환경부는 올해 3월 신설한 폐암전문 조사‧판정소위원회 등 전문가 회의체 등를 통해 구제 신청자들을 개별적으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암 피해 인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암 발병이 모두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폐암이 발병했더라도 다른 발병 요인이 있을 수 있어, 타 질환과 마찬가지로 환경적, 유전적 요인 등 개별 의학적 검토와 심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폐암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로 인정 받을 시 생존 피해자에게는 피해등급에 따라 치료비(요양급여)와 요양생활수당이 지급되며 사망 피해자에게는 유족에게 약 1억1700여만 원의 특별유족조위금과 장의비 등이 법 규정에 따라 지급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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