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윤 대통령 탄핵’ 발언에 국민의힘 “사죄하라”
설훈, 대통령 채 상병 사건 수사 개입 의혹에
“직권남용, 법 위반하면 탄핵 소지 충분”
홍범도 흉상 이전, 일본 오염수 방류도 논란
국회가 5일 본회의를 열고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을 실시했다. 여야는 역사·이념 논쟁,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정부질문 첫 날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주도하는 ‘역사·이념 바로세우기’가 가장 뜨거운 사안이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육사와 국방부의 판단이라 하는데, 대통령의 판단 같다”며 “윤석열 정부는 독립운동가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이라고 폄훼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백선엽 장군)는 찬양하고 있다”며 “이게 극우 뉴라이트의 본색”이라고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백선엽 장군이 만주군 소속으로 독립군 토벌에 참여한 데 대해 “여러 가지 상반되는 학설과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베트남 국부인 호치민 묘소를 방문한 사실을 들어 “이런 이념 잣대를 대면 공산주의 국가들에 투자하고 있는 (우리) 기업을 철수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총리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베트남 국부의 흉상을 육사에 갖다 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자 김 의원은 “너무 엉뚱한 질문을 하니까 어이가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를 “극우 보수 유튜버 정부”라고 규정한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 대해 한 총리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사회·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진보적인 컬러도 많이 가지고 계시다”고 했다.
반면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홍범도 장군이 6·25 전쟁 발발 전 숨지기는 했지만, 그가 가입했던 소련 공산당이 이후 북한의 남침을 지원했다는 이유를 들어 육사에 홍범도 장군 흉상을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홍범도함’ 명칭 변경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맞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육사의 6·25 전쟁사 선택 과목 지정, 문재인 전 대통령의 ‘김원봉은 국군의 뿌리’ 발언 등을 제시하며 “대한민국에 대한 조롱이자 모욕”이라며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추진)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도전해 왔던 여러 시도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대북지원사업이 “범죄의 온상이 됐다”면서 “남쪽의 친북세력, 북쪽의 권력자, 중간의 브로커가 대한민국의 세금을 훔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제공됐던 인도적 지원이 우리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를 둔 평화적인 통일로 가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도 쟁점이었다. 김두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최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다.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고 한 것에 대해 “언론이 지금 괴담, 가짜 뉴스를 만들고 있느냐. 그것을 정리하기 위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했느냐”고 말했다. 반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KBS, MBC, 한겨레 등 친민주당 언론들도 왜곡 보도만 남발하고 있어 우리 수산업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비명계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항간에서 이 정부의 국정 기조는 ABM(Anything but Moon·문재인 정부 전면 반대)(이라고 한다))”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부정하면서도 과오만은 그대로 답습하고 오히려 더 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저희는 좋은 정책은 열심히 승계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도 그렇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그대로 저희가 인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무슨 말만 하면 야당 탓, 전임 정부 탓,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냐”고 하자 한 총리는 “문 대통령도 지금 정부를 용기도 북돋아주시고 격려도 좀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장 안팎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잇따라 거론했다. 설훈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채 상병 수사에 외압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밖에 없다면서 “이 사건은 대통령이 법을 위반한 것이고, 직권남용을 한 게 분명하다. 법을 위반하면 탄핵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윤석열 정권은 친일 본색, 뉴라이트 본색, 무능과 독선 본색이 고스란히 드러난 폭거만 저질렀다”며 “경고한다.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석에서 고성이 쏟아졌다.
김두관 의원도 대정부질문에서 “하루속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6일째 단식농성 중인 야당 대표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제가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할 것”이라며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무도한 폭정을 계속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탄핵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들어 “결국 그 만행은 역사와 국민에게 탄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방부 장관이 이미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그 어떤 관계자와도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수차례 같은 답변을 했다”면서 “설 의원은 탄핵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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