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연합훈련 6·25 이후 처음... 동해로 항모·잠수함 투입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중러 3국의 연합훈련이 가시화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과 함께 군사행동에 나서는 건 전례가 없다.
날로 강화되는 한미일 3국 군사공조에 북중러가 무력시위로 맞선다면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은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될 전망이다. 한미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러시아를, 인도·태평양 ‘항행의 자유’를 목표로 중국을,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이유로 북한을 옥죄자 이들 북중러 ‘불량국가’들도 뭉치며 반격을 노리는 모양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4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과 연합훈련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7월 방북한 쇼이구 장관이 당시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중러 연합훈련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육해공군을 투입해 수시로 함께 군사훈련을 해온 반면 북한은 줄곧 빠져 있었다.
이와 달리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도발에 맞서 군사 결속을 강화해 왔다. 한미는 최근 연합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마쳤고, 훈련기간에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제주 남방 공해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한미는 11일 인천상륙작전 73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미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 등을 투입한 해상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북중러 3국도 군사행동 경험이 없진 않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중국 ‘인민지원군’이 북한군을 도와 참전했고, 소련도 전투기 조종사와 인력, 물자 지원을 통해 실전 상황에서 북중러의 연합 군사작전을 실시한 전례가 있다.
다만 정전 이후 70년이 지나도록 이들 3국은 군사연습을 함께 한 적이 없다. 북한은 냉전 시기 소련 푸룬제 군사대학 등에 군 유학생을 파견했으나 이후 쿠데타 모의를 이유로 숙청해 소련, 러시아와 군사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다. 중국과도 마찬가지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북한은) 다른 나라와 군사훈련을 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3국이 군사훈련을 벌인다면 북한이 추가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2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훈련에 북한이 합류하는 아이디어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올해 6월 연합 공중전략 순찰, 7월 연합 해상훈련 등 군사협력 수준을 높이고 있다. 특히 6월 훈련 당시 양국 군용기 총 8대가 남해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예고 없이 진입해 우리 군 전투기가 맞출격하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북중러 3국 훈련 장소로는 동해가 점쳐진다. 북한 전투기의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 육상훈련에 길을 터주는 건 조율할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해군 연합훈련으로 한미일 해상훈련에 맞서는 의미도 있다.
이 경우 러시아는 태평양함대, 중국은 산둥성 등에 주둔하고 있는 북해함대를 참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러시아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파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국이 선전하는 최신 해군전력이다. 북한 동해함대는 주로 잠수함 전력 위주로 구성돼 있다. 김 위원장이 최근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하며 해군력에 관심을 쏟고 있는 만큼 북한 수상함 전력이 동원될 수도 있다.
다만 북중러 연합훈련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군사훈련은 명백한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북중러 3국이 어떤 대상으로 무엇을 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과 러시아는 동맹국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영공이나 영해로 러시아군이 들어오기는 제한된다”며 “해·공군 훈련의 경우 북한의 전력이 노후화돼 위력이 반감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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