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글로벌픽] 유라시아의 뇌관 코카서스
글로벌 핫이슈의 맥을 보다<18>
코카서스(Caucasus)는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다. 이곳은 캅카스산맥이 있으며,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러시아 및 이란 북서부와 튀르키예 북동부를 포함한다. 이로 인해 코카서스 지역은 코카서스 인종, 인도-유럽어족, 튀르크족, 아제르바이잔인, 몽골인, 앗시리인과 같은 다양한 민족·언어·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코카서스의 남부 지역은 역사적으로 페르시아의 영토였다. 이후 19세기 초 러시아와 이란 간의 전쟁으로, 굴리스탄 조약과 투르크만차이 조약을 통해 코카서스 영토는 러시아로 합병되었다. 그리고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세 공화국으로 분리되였다.
코카서스 지역의 국가들이 에너지 프로젝트, 인프라 개발, 무역 촉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상호 이익을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무역 경로의 확장, 신규 시장의 가치는 해당 국가들이 협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과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야망과 국경을 변경하려는 시도 등 해당 국가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을 빚고 있다.
코카서스 지역은 지정학적으로 이란 튀르키예 아제르바이잔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곳이다. 나고르노(Nagorno)-카라바흐(Karabakh) 지역을 두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갈등, 바쿠(Baku) 지역을 지나는 송유관과 가스관의 주도권 분쟁, 잔가주르(Zangazur) 회랑 지대를 중심으로 한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의 갈등이 그것이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이에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은 아제르바이잔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자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은 군사적 원조가 송유관과 가스관 그리고 잔가주르 회랑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보기 때문이다. 이후 이란은 아제르바이잔 국경 근처에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며 국경선 변화는 용납할 수 없음을 경고했다.
바쿠지역을 지나는 송유관과 가스관은 이란 튀르키예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의 상호 경제적 의존성을 의미한다. 이곳은 아제르바이잔의 에너지 허브로서 에너지 프로젝트의 협력 및 인프라 개발의 잠재적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다양한 운송 경로와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성은 지역 발전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 갈등과 국제 안보의 위협으로 관련 사업과 프로젝트는 날개를 펴지도 못한 채 영토분쟁 지역이 되었다.
아제르바이잔과 튀르키예는 코카서스 지역에 ‘러시아-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를 잇고 궁극적으로는 ‘지중해-유럽’에 이르는 잔가주르 회랑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러한 개발을 국경 변동으로 인한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로 인식했다. 이란은 잔가주르 회랑의 개발은 상품과 에너지의 운송 경로가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의 통제 하에 놓이게 돼 아르메니아를 거쳐 코카서스 북부로 이어지는 기존 경로가 차단될 것이며 국경이 바뀔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란의 전직 외교관인 쉬린 헌터(Shirin Hunter)는 “아제르바이잔과의 직접적인 국경선이 없음에도, 튀르키예는 이란-아르메니아 통로를 차단해 아제르바이잔과 직접적인 연결을 시도했다. 튀르키예가 이러한 야망을 계속해서 드러낸다면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호세인 아미르-아브돌라얀(Hossein Amir-Abdollahian) 외무장관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코카서스의 국경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코카서스 지역의 분쟁을 조율하고 안정을 추구하며, 유라시아 지역의 안보를 확립하는 일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안보를 위해서도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코카서스 지역의 에너지 수송로와 무역로를 성공적으로 확보하고 안전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제3자인 강대국의 개입이 아닌 관련 국가들의 상호 소통, 적극적인 대화, 정책 조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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