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내주 러시아서 푸틴 만난다"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9.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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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美당국자 인용 보도…"金,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행"
北대표단, 사전답사 마친 듯
시진핑도 포럼 참석 가능성
북중러 정상 한자리 모일수도
美 "무기거래 협상 멈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러시아 방문을 추진 중인 정황이 미국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무기 거래와 연합훈련, 방산 기술 협력을 본격화하며 북·러 밀착 행보를 펼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는 10~13일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하고,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방안이 실현된다면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이후 3년 반 만에 러시아 땅을 밟게 된다. NYT는 북한 정부 대표단 20명이 지난달 말 기차로 평양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비행기로 갈아타고 모스크바로 향했다고 전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장소는 2019년 당시처럼 김 위원장 전용열차 이용이 가능하고 동선도 비교적 짧은 블라디보스토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전용기인 '참매 1호'를 대기시켰다가 곧장 모스크바로 날아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모스크바 방문은 200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례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한국 정보당국도 NYT 보도에 대해 "그러한(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NYT 보도에 대해 확인해줄 내용은 없다"면서도 최근 북·러 간 무기 거래를 매개로 협력이 강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미·일 협력구도 강화 국면에서 북·러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유사한 무기체계를 가진 북한으로부터 각종 포탄과 탄약, 대전차미사일 등을 공급받길 원하고 있다. 북한도 지난달 25일 강순남 국방상 담화를 통해 "공동의 원수(미국)를 반대하는 정의의 싸움에서 러시아와의 전투적 우의와 단결을 백배해 나갈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에 전향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한·미·일의 제재·압박 속에서 러시아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당장 절실한 정찰위성과 우주발사체 기술을 이전받아야 할 필요성이 분명하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대규모 식량 지원과 지지부진한 3000t급 잠수함 개발을 위한 협력을 요청할 개연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연해주에 위치한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를 찾아가 북·러 연합 해상훈련 관련 메시지를 내거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수도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해왔듯이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협상이 적극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우리에겐 김정은이 러시아에서의 지도자급 외교 접촉을 포함해 이런 대화를 이어가길 기대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협상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팔지 않겠다는 공개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북·중·러 정상이 EEF에서 한데 모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진핑 주석이 EEF에 참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재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타국과의 각종 회담과 관련해 양국 간 조율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취지에서 '현재 제공 가능한 정보가 없다'고 밝히는 게 관행이다. 시 주석은 앞서 2021년 EEF에 영상으로 참석했고, 작년에는 리잔수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파견한 바 있다.

북·러 간 협력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도 더욱 가까워지며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도 짙어지는 분위기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 서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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