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못낸 주택단지 46곳 팔수있게… 자금난 건설사에 '출구전략'
부동산 침체에 건설사 허덕
토지 분양대금 연체 1조 넘어
중도금 제때 못내 사업 지연
계약금 손해없이 LH 반납 허용
리츠 통해 미분양 사들이고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도 검토
국토부 시행령 개정 추진
◆ 부동산 활성화 대책 ◆
정부가 이달 말에 내놓을 주택 공급 방안은 크게 공공과 민간 부문으로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양쪽 모두 주택 공급 상황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올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30%, 54%가량 감소했다. 대개 주택이 착공 2~3년 후에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5년부터 공급난이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하면 민간과 공공 모두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민간의 자금 부담을 덜어줘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도 택지 매각 대금을 확보해 공공주택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LH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택지지구 내 공동주택용지의 분양 대금을 연체한 사업장은 전국 25개 택지, 46개 필지다. 연체 금액은 1조1336억원에 달한다.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건설사와 시행사는 3~5년에 걸쳐 매각 대금을 지급하는데, 연체되면 연 8.5%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최소 30% 올랐고, 공사비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도 2~3배가 됐는데 연체이자까지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LH도 난감한 상황이다. 규정상 택지 대금이 6개월 이상 밀리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다른 매수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해도 공공택지는 민간이 개발하는 일반 택지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건설사나 시행사들 사이에서 '로또'로 통했다. 택지를 받기 위한 경쟁률이 수백 대 1인 사례가 많았고, 일부 건설사는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 자회사를 동원하는 바람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업계는 올해 초부터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바뀌었으니 택지 전매만큼은 허용해 달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
국토부는 공공택지 개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토지리턴제'를 다시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토지리턴제는 토지를 사들인 매수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요청하면 계약금을 포함한 수납원금을 돌려주는 토지판매제도다. 토지를 반납할 경우 일반적으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 사업자의 사업 추진 위험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도시 개발을 촉진할 수 있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2년 유럽발 재정위기 등 특정 시기에 운용과 중단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자칫 공기업의 부채를 키울 수 있어 제도 시행에 상당한 부담이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부동산 PF 지원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여파 등에 따른 부동산 PF 자금 경색으로 전국 주요 사업장에서 공사가 중단·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승인 물량에 비해 착공에 들어간 물량이 극히 적은 점은 PF 자금경색 영향 탓이 크다고 개발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가구인 데 반해 착공한 물량은 10만2299건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보증기관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 대출을 받는 '보증부 PF'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최근 상위 30~50위 이내 대형 건설사의 연대보증이나 지급보증을 요구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50위권 시공사의 연대보증 또는 지급보증을 요구했는데, 지금은 30위권으로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며 "그러다 보니 중견·중소업체들은 시공사로 들어갈 수 없고, 시행사는 시공사를 구하기가 힘들어 PF를 못 받는 연쇄작용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조달 수단의 다양화 측면에서 민간 리츠 활성화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부동산 리츠는 민간지원 공공임대 분야 정도만 활성화돼 있다. 개발업계에선 10년 전에 잠깐 시행됐다가 흐지부지된 미분양 리츠 재도입을 요구하기도 한다. 미분양 리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물량 해소를 목적으로 시행된 바 있으나, 이후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사라졌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분양 리츠 등 리츠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로 건설업계의 금융 조달 방안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 대한 규제 완화책 또한 나올 수 있다. 지난달 열린 주택공급혁신위원회에서 업계는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포괄하는 주택 정책과 미분양 해소 방안·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금 등 측면에서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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