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대장동 의혹 `프레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
김만배 공소장엔 "정영학 녹취록 제출 이후 김용과 통화"
대장동 특혜 비리 사건의 주범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인터뷰했다고 지목한 날짜의 하루 전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지사)가 공교롭게 비슷한 표현으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반박했다는 점에도 주목, 상황을 면밀히 재구성 중이다.
신씨가 김씨와 인터뷰했다는 날은 2021년 9월15일이다. 신씨는 대장동 의혹 보도를 보고 사실관계를 묻기 위해 20여년 만에 김씨의 연락처를 구해 만났다고 주장한다.
대장동 의혹은 2021년 8월31일 경기 지역 한 일간지에서 처음 제기했다. 당시는 주목받지 못하다 다음달 12일 장기표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국회 기자회견으로 불이 붙었다.
검찰은 김씨가 이틀 뒤인 9월14일부터 대장동 의혹이 집중적으로 보도되자 본격적인 대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 공소장에 '(김만배씨가) 9월14일께 휴대전화 기기와 번호를 모두 바꾸고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고 적었다. 그러고선 바로 다음날 신씨를 만나 문제의 '허위 인터뷰'를 한 것이다.
인터뷰 내용 중에는 "이제 또 땅값 올라가니까, 이재명 시장이 '터널도 뚫어라', '배수지도 해라', '저류지에…'", "내가 욕을 많이 했지. X같은 새끼, XX놈, 공산당 같은 새끼 했더니"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터뷰 하루 전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이 대표는 자신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도로공사 비용 등을 추가 부담시킨 점을 거론하며 "투자회사 대표가 법정에서 저보고 빨갱이 공산당 같다고 했다"도 말했다.
'공산당'이라는 표현은 이 시점에서 2년8개월 전인 2019년 1월17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때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 씨의 증언에서 나온다. 이씨는 당시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업적을 과장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성남시가 공산당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요구사항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하루 차이를 두고 이 대표와 김씨가 거의 3년전 재판의 특정 표현을 소환해 의혹에 반박한 셈이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을 본 김씨가 이튿날 '공산당'이라는 표현을 신씨와 인터뷰에서 인용했을 수 있지만 검찰은 인터뷰 전후 이 대표 주변과 김씨의 움직임을 자세히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문씨의 '공산당' 발언과 관련해서는 재판 전 이 대표 측 변호인과 사전에 '증언 연습'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터다.
김씨는 대선판을 뒤흔든 '대장동'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인터뷰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인터뷰 중에는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가 2011년 대검찰청에서 부산저축은행 비리로 조사를 받을 때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당시 중수2과장)이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내용도 담겼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은 2021년 10월 초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민주당은 '윤석열의 부실 수사가 대장동 종잣돈으로 이어졌다'는 프레임으로 대장동 의혹을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이 대표도 "구속될 사람은 내가 아닌 윤석열"이라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조씨에게 "내가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테니 너는 모르는 척해라", "대선 끝나고 나중에 아니라고 하면 된다"라며 입단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이렇게 말한 시점은 대장동 일당인 정영학 씨가 자신과의 대화 등이 담긴 녹취록을 검찰에 2021년 9월27일 제출한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은 대선을 2주 정도 앞둔 지난해 2월21일 방송에 보도되면서 대선판의 이슈로 재부상했다.
남욱씨가 2021년 11월19일 검찰에서 "조씨가 중수부 조사를 받을 때 주임 검사가 커피를 타 줬고, 그 사람이 윤석열 검사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였다.
하지만 이는 남씨가 2021년 12월께 조씨와 대질조사에서 번복하기 전 진술이다. 조씨는 검찰에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후 뉴스타파는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3월6일 이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이라며 신씨가 한 김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검찰은 김씨의 공소장에 '김씨가 정영학씨의 녹취록 검찰 제출 사실을 알게된 뒤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2021년 9월 말께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두 차례 통화했다'는 내용도 적시한 바 있다. 검찰은 문제의 인터뷰를 전후로 김씨가 접촉한 인사 등을 확인해 인터뷰가 성사된 배경과 조작·공모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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