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자산운용, 빅3 '공격형' 외국계 '안전형'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사 회계장부 작성 방식이 확 바뀐 가운데 호실적을 낸 생명보험사 자산운용 현황에 관심이 쏠린다. 주요 생보사 공시를 종합하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소위 '빅3'는 자산운용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 투자에 나섰고, 외국계는 절반 이상을 안전자산으로 굴리고 있었다. 상반기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3조8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6352억원(75%)이나 늘었다.
5일 매일경제가 6월 말 기준 생명보험협회 월간통계를 분석한 결과 국내사 중에는 KB라이프생명, 외국계 중에서는 메트라이프의 안전자산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안전자산이란 보험사가 보유한 전체 자산 중에서 현금 및 예치금, 국공채 투자 금액을 합친 것이다.
메트라이프의 안전자산 비율은 73%에 달했다. 외국계 중 2위인 AIA생명이 67%, 처브라이프생명이 61%, ABL생명이 58%로 뒤를 이었다. 5위인 BNP파리바카디프도 52%로 높은 편이었고, 대부분 절반 이상을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통상 외국계 보험사는 국내사에 비해 안전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국내 생보업계 전체 평균 안전자산 비중은 45% 내외다.
국내 생보사 중에서는 KB라이프생명이 70%로 가장 높았다. 올 1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이 통합돼 새 출발한 회사다. 안전자산 비중이 국내사 중 가장 높은 것도 외국계였던 푸르덴셜생명 자산운용 방식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라이프가 63%, 교보라이플래닛생명이 58%로 안전자산 비중이 높았고, NH농협생명(51%)과 DGB생명(48%)도 현금과 국공채 비중이 많았다.
반면 삼성생명(37%), 한화생명(40%), 교보생명(35%) '빅3'는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최근 몇 년간 자산운용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를 크게 늘렸고, 한화생명도 미국과 일본 등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 기회'를 포착했다는 의미다. 이 밖에 DB생명은 16%로 안전자산 비중이 가장 낮았고, IBK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각각 21%와 26%로 나타났다.
같은 생보사인데도 안전자산 비중이 천차만별인 것은 각 회사의 투자 성향과 자산운용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들도 공격형 투자자가 있고 예·적금을 선호하는 안정형 투자자가 있는 것처럼 생명보험사들도 각기 다른 투자 성향에 따라 자산을 굴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투자자산이 많다고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안전자산 비중이 높다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니다"면서 "생보사들은 고객이 맡긴 자산을 수십 년씩 굴려야 하기 때문에 1~2분기나 1~2년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회사별로 명확한 투자 원칙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1~2년 새 금융시장 변동성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안전자산 비중이 높았던 회사들이 순이익이나 이익 면에서 재미를 봤을 확률이 높다. KB라이프생명만 봐도 상반기 순이익이 2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1% 늘었고, 같은 기간 운용자산 이익률은 3.93%로 0.38%포인트 증가했다. 이 회사의 외화 유가증권 비중이 6%로, 업계 평균인 13%의 절반 수준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안전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은 자산 리밸런싱 차원에서 앞으로 새로운 투자에 나설 확률이 높다. KB라이프생명 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시장 자산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채권 투자를 통해 보유 이원을 확보하고, 대체투자 같은 수익성 포트폴리오 운용을 확대해 시장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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