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라 TSMC" 삼성, 美보조금 신청 완료

반도체지원금 기업실사 진행
빠르면 연내 최대 5조원 받아
美 테일러공장 가동에 탄력
첨단 공정 적용해 현지 공략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반도체 칩과 과학법)에 따른 지원금 신청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최종 결정하면 삼성전자가 심혈을 기울여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공장 투자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미국 반도체지원법상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등 논란이 됐던 삼성전자의 중국 내 사업 리스크도 일정 부분 완화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대만 TSMC 추격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지원금 본신청 작업을 완료했다. 반도체지원금은 사전의향서 제출과 본신청, 기업실사 등을 거치는데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사전의향서를 이미 제출했다. 최근 본신청까지 마무리하면서 기업 실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의 기업실사 절차까지 완료되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에 대한 지원금을 받게 된다.

반도체 생산지원금은 직접 보조금의 경우 전체 프로젝트 자본 지출의 5~15% 규모다.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 공장에 250억달러(약 33조원)를 투입했다고 가정하면 최대 37억5000만달러(약 5조원)를 받을 수 있다. 지원금은 이르면 연내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 건설 추진 이후 반도체 생산지원금을 기대해 왔지만, 여러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과 후공정 공장, 쑤저우에 후공정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사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반도체 생산지원금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통제가 대표적이다. 한국·대만 기업에 대해서는 유예 조치가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중국 내 공장의 시설 업그레이드를 위해 장비 반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지원법상 가드레일 조항도 실질적인 제약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드레일 규정은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향후 10년간 5% 이상 확장하면 안 된다고 제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 분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생산지원금의 본신청을 완료했고 심사 절차를 거쳐 이르면 연말께 최종 결과를 전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구하는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하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을 파운드리 공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첨단 공정을 적용해 미국 내 주요 고객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최승진 기자 / 오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