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3년간 부실채권 102조원···참가국 '빚의 덫' 걸렸다
<9> 흔들리는 중국몽-수렁에 빠진 일대일로
中 '개도국 발전 견인' 자평했지만
IMF 두배 年 5% 금리로 자금 제공
일대일로 참여 23개국 파산 위기
스리랑카 등은 주요 인프라 넘겨
세계 최대 잡화 시장인 중국 이우에서 출발해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지나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총 1만 3000여 ㎞를 달리는 이신어우(義新歐, 이우·신장·유럽) 화물열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7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밝히고 1년여가 지난 2014년 11월 18일 개통한 이 열차는 중국과 유럽을 잇는 첫 화물열차였다. 열차에는 20피트 컨테이너 55개, 총 11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가 실려 신장 아라산커우에서 국경을 통과해 21일 후 스페인에 도착한다. 올 7월 29일 올해 1만 번째 열차가 출발하며 지난해보다 22일을 앞당겼다. 컨테이너 수는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를 통해 중국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육로·해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유럽 화물열차, 중국·라오스 철도, 육해상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화물열차 84개 노선은 유럽 25개국, 211개 도시와 연결된다.
중국은 BRI로 저개발 국가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한다. 인민망에 따르면 중국이 BRI 참여국에 건설한 역외경제무역협력구는 현지에 42만 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2030년까지 BRI를 통해 관련 국가의 760만 명이 극단적 빈곤에서 벗어나고 3200만 명이 차상위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 소득도 0.7~2.9%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호혜적인 조치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가난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많은 국가들이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과 손잡고 기초 인프라를 갖추며 경제성장의 밑바탕을 마련했다. 중국은 도로와 철도를 깔고 발전소를 짓고 항만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기반시설을 마련해 BRI 참여국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빈곤 탈출의 대가는 생각보다 비쌌다. 중국의 투자는 공짜가 아니었다. 미국은 개도국 부채 증가의 원인을 두고 중국이 BRI를 명목으로 사실상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협력 국가에 인프라 투자를 돕지만 자금을 제공할 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약 두 배인 연 5% 금리를 적용한다.
빚을 내 투자에 나섰던 국가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에 허덕이다 최근 하나둘 위기에 빠졌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14건 중 9건이 스리랑카·아르헨티나·레바논 등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서 발생했다.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여국 중 23국이 파산 위기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2년까지 최빈국 74개국이 갚아야 할 채무 규모 350억 달러(약 46조 3500억 원) 중에 40% 이상이 중국에 갚아야 할 부채다. 빚이 늘어난 국가들은 미국이나 IMF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하자 다시 중국에 손을 벌렸다. 중국 재화망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에만 405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는데 그해 IMF가 지원한 686억 달러의 60% 수준이다.
부채의 악순환에도 결국 이를 갚지 못하는 나라는 항만·공항 등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다. 중국은 손쉽게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운영권, 파키스탄 카롯 수력발전소 등을 얻었다. 이집트·우간다·캄보디아 등의 주요 자산 운영·소유권도 중국이 가져갔다. 중국이 저개발 국가에 감당하기 힘든 부채를 제공한 뒤 이들을 ‘부채의 함정(debt trap)’에 빠뜨려 경제적 속국으로 만든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중국이 고리대금업자나 다를 것 없이 자국의 이익만 챙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가 BRI 탈퇴를 선언했고 프랑스·독일 등도 거리를 두려 한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는 2004년 중국과학원과 합작해 상하이 파스퇴르연구소를 열었지만 7월 말 파스퇴르 간판을 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다음 달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8년 BRI에 가입한 그리스는 이미 불참을 통보했다. 스위스도 참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지도자들은 유럽 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상당수가 BRI와 거리를 두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겠다고 밝혀 유럽 국가들이 더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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