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독일 모터쇼 가득 채운 중국 전기차…“우리가 1위”

[전기차]뮌헨 모빌리티쇼 ‘안방 주인’인 독일 업체보다 큰 규모 전시장 꾸려

메르세데스-벤츠가 5일 개막한 뮌헨 모빌리티쇼(IAA 모빌리티 2023)에서 순수 전기차 콘셉트카인 ‘비전 원-일레븐’을 선보였다. 옥기원 기자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인 ‘뮌헨 모빌리티쇼’(IAA 모빌리티 2023)가 5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막을 올렸다.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강한 독일 안방에서 열리는 행사이지만 중국 업체들이 가장 넓은 전시장을 차지하는 등 유럽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날 행사장인 ‘메세 뮌헨’(Messe Munich)에 들어서자 대회 슬로건인 ‘연결된 모빌리티를 체험하라’는 문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올해 모빌리티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동차 업체들의 변화된 기술력을 직접 볼 수 있는 행사여서 개막 첫날부터 수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베엠베(BMW), 폴크스바겐 등을 비롯해 테슬라, 르노, 포르셰, 비야디(BYD), 현대모비스, 콘티넨탈 등이 참가했다.

베엠베(BMW)가 5일 뮌헨 모빌리티쇼에서 미래형 전기 스포츠카인 ‘노이어 클라세’를 처음 공개했다. 옥기원 기자

벤츠는 올해 모빌리티쇼에서 전기차 콘셉트카인 ‘비전 원-일레븐’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현장에서 만난 벤츠 관계자는 “1970년대 열풍을 일으킨 ‘시(C)111’을 전기차 콘셉트로 재해석한 스포츠카로 벤츠의 전기차 비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베엠베도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콘셉트카 ‘노이어 클라세’(새로운 수준·New Class)로 이름 붙인 스포츠카를 전면에 내세웠다. 베엠베를 상징하는 ‘키드니 그릴’을 전기차에 맞게 해석한 전면부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베엠베는 ‘노이어 클라세’가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디지털 혁신 등 기술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안방 주인’인 독일 업체보다 이번 쇼에서 더 큰 규모의 전시장을 차지한 것은 비야디와 사이리스 등 중국 업체였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인 비야디는 벤츠 전시장 보다 2배 가량 더 넓은 공간에서 유럽 무대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스포츠실용차(SUV) ‘씰 유’ 등 6개 모델을 전시했다. 마이클 슈 비야디 유럽 대표는 “독일의 자동차 역사는 137년이나 되었지만, 차를 만든 지 20년 밖에 안된 비야디가 이미 지난해 신에너지 차량 판매에서 세계 1위가 됐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5일 뮌헨 모빌리티쇼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씰 유’를 최초 공개했다. 사진은 씰 유의 차량 내부 모습. 옥기원 기자

이번 행사에 참여한 중국 업체는 47곳에 이른다. 경차부터 프리미엄급 자동차까지 수요가 골고른 유럽 시장에 중국 업체의 공격적 진출이 예고된 셈이다. 언론이나 관람객들의 관심도 중국 업체에 쏠렸다. 이들이 전시한 신차 내부를 살피기 위해서는 수십분씩 기다려야 했다.

다만 중국 신생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력과 디자인 능력이 성숙하지 못한 만큼 유럽 자동차 모델을 흉내내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예로 중국 업체 둥펑펑싱의 영문명(FORTHING)은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셰와 어감이 비슷하고, 로고 디자인은 성난 황소 모습의 람보르기니와 유사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5일 개막한 뮌헨 모빌리티쇼에서 화면이 접히면서 양옆으로 확장되는 폴더·슬라이더블 제품을 선보였다. 옥기원 기자

올해 뮌헨 모빌리티쇼에는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전시장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엘지(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전장 사업 확대를 노리는 전자업체들의 참가는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DS)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엑시노스 오토 V920)와 이미지 센서(아이소셀 오토 1H1) 등을 선보였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 디스플레이 화면이 접히면서 양옆으로 확장되는 폴더·슬라이더블 혁신 제품을 공개했다.

뮌헨/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