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3대가 남긴 문제가 내탓이냐"···시진핑, 원로들 쓴소리에 노골적 불만
◆ 日언론 '내정 혼란 조짐' 보도
경제악화 속 印 주최 G20에 부담
美와 관계 개선도 더뎌 불참 선택
내달 일대일로 포럼서 반전 모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 정책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이 장로(원로) 집단의 직언을 듣고 격노하는 등 내정 혼란 조짐이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시 주석이 주요 7개국(G7)의 대항마로 공을 들여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취임 후 처음으로 불참하기로 한 것도 이와 연관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자국에서 10월에 개최하는 일대일로(一帶日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포럼에 힘을 주며 반전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공산당 지도부 출신의 원로 집단이 올여름 허베이성 베이다이허 회의에 앞서 독자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현 지도부에 전달해야 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후 원로들의 총의를 모은 대표자 몇 명이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에게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간언했다. 지적된 문제는 중국 경제 침체뿐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었다. 직언에 앞장선 원로는 전 국가부주석이자 장쩌민의 최측근이었던 84세의 쩡칭훙으로, 무명이던 시 주석이 단숨에 정상에 오르는 길을 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한 후 현재 중국은 미증유의 성장률 둔화 국면에 봉착했고 부동산 불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은 통계를 공표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중국군은 올해 7월 로켓군 사령관들이 일제히 실각하며 혼란에 빠져 있고 ‘전랑(늑대 전사) 외교’를 주도해온 외교부에서도 수장이었던 친강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해임됐다.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자 결국 원로들이 시 주석 앞에서 ‘쓴소리’를 한 것이다.
이에 시 주석은 다른 자리에서 측근들에게 분노를 터뜨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시 주석은 측근들에게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의) 과거 3대가 남긴 문제가 모두 (나에게) 덮쳐오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이나 노력해왔는데 문제는 정리되지 않는다. 이게 내 탓인가”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는 전언이다. 닛케이는 “내정에 혼란의 조짐이 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이런 상황에서 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하면 체면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가 시 주석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다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 측근 집단들이 “권위 있는 지도자를 지금 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려 결국 경제 실무를 총괄하는 리창 총리가 대참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도 예정된 비즈니스 포럼 연설을 막판에 취소하고 대독하게 했다. 닛케이는 “만약 회의장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돌발 질문이 시 주석에게 직접적으로 던져지면 시 주석의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우려에 연설이 취소됐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G20 회의에 불참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미중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거론된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등 대중 압박이 고조되는 어려운 국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는 것이 시 주석에게는 도움이 될 리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도의 부상을 중국이 언짢게 보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주최하는 G20 회의를 시 주석의 참석으로 빛낼 수 없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월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시 주석의 방미는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4일 중국 국가안전부는 “발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륙하려면 미국이 충분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만난 데 이어 APEC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 간 만남이 있으려면 미국의 대중 전략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압박을 한 것이다. 대신 시 주석은 다음 달 17일 베이징 시내에서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하며 대외에 체면을 세우려 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관계국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참석자 명단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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