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히타치의 변신
"멋들어진 말만 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 필요한 개혁을 실행할 사람이 필요하다."
히타치는 2008년 일본 제조업체 역사상 최악 적자를 기록했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임시 사장이 된 가와무라 다카시는 차기 사장의 첫 조건으로 '실행'을 내걸었다.
히타치의 주가는 일본 경제 거품이 터지기 직전인 1988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무서울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이후 20년간 히타치는 몰락의 역사를 걸었다. 큰 위기는 없었지만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실적이 떨어지니 매년 대책을 쏟아냈지만 혁신적이지 않았고 실행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말만 잘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는 조건이 나온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과 겹치며 조직 분위기도 날로 위축됐다.
후일 게이단렌 회장이 된 나카니시 히로아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진이 꾸려졌고 공격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성역이라 불리던 금속·화학 사업 자회사를 비롯해 나카니시 사장 본인이 4년간 경영했던 하드디스크 사업도 팔았다. 새 성장동력(디지털, 그린에너지, 공장·건물관리)으로 삼은 분야에선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다. 2020년과 2021년엔 ABB의 송배전 사업과 미국의 정보기술(IT) 업체인 글로벌로직을 각각 68억달러(현 환율 기준 약 9조원), 96억달러(약 13조원)에 사들였다.
조직문화도 바꿨다. 내년까지 일본식 연공서열 대신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하는 직무형을 도입한다. 37만명 전 직원이 대상이며 일본 대기업 중에서 가장 빠른 행보다.
체질 개선 효과로 작년까지 3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히타치 주가는 이달 들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35년 만이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많은 한국 기업이 개혁에 대한 약속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말잔치에 그치는 것 아닌가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히타치의 최고가 경신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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