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승래 "우주항공청 만들어도 항우연·천문연 해체 안 돼"
"대전 'R&D'·경남 '위성'·전남 '발사체' 3축 강화"
"진단 없는 예산 삭감, 연구 끊기고 인재 이탈↑"
"靑 조정관 경험 살려 사회적 갈등 치유하고파"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없는 것보다 나은 게 있고, 차라리 없는 게 나은 것도 있습니다. 없느니만 못한 법안과 기관이 되지 않도록, 그래서 처음부터 잘 만들어야 합니다.”
여야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 우주·항공 분야 경쟁력을 위해 전담 행정기관의 조속한 설치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구의 위상과 역할 등 세부 사항을 두고 온도차가 있어 심도 있는 관련 법안 논의를 위해 지난 7월27일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과방위 안조위는 오는 25일까지 총 세 차례 회의를 통해 정부 측과 현장 연구단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기로 합의했다. 짧은 기간 동안 효율적인 논의와 보강 등을 위해 정부와 당 관계자 등이 함께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후 다음 달 초에 전체회의를 열고 최종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조 위원장은 “우주항공청은 조정 기능이 있는 장관급 독립된 행정기관으로 해야 하고, 우주 전담 행정기관 설립으로 인해 그동안 대한민국을 7대 우주 강국으로 만든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등 관련 기관의 기능이 약화하거나 해체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발사체를 마련하고 스핀오프(spin-off·파생효과)를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통신 등 여러 우주서비스를 개발하고 활용해야 하는데 수요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다. 우주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엄청난 인프라(장치)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해법으로 “대전의 연구·개발(R&D) 인력, 경남의 위성특화지구, 전남의 발사체특화지구를 3축으로 한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강화해야 하고, 관련 분야 연구 인력의 처우 개선 방향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위원장은 “R&D 예산이라는 게 어떤 부분에는 거품이 될 수 있고 비효율적인 편성이 될 수도 있지만, 평가를 제대로 해서 필요한 예산은 만들어야 한다”면서 “글로벌 R&D 협력 예산은 갑자기 3배 증가한 1조8000억원이 됐는데 결국 연구자들의 주머니를 빼서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연구비를 줄이면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할 기초연구 사업조차도 제대로 명맥이 유지되지 않으면서 연구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된다”며 “많은 연구 랩(LAB)에는 기업과 대학에서도 연계해 참여하는데 예산이 줄어들면 미래 인재와 산업 양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생겨 국가적 경쟁력 차원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위원장은 오는 11월부터 시작하는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면밀한 검증을 통해 R&D 예산 삭감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약 4년 간(2004~2007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사회조정비서관으로서 당시 전북 부안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사태, 경남 양산 천성산 터널, 주한 미군기지 평택 이전, 방과 후 학교 도입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 관리 경험을 살려 ‘조정가’ 역할에도 앞장서는 공생애(公生涯)를 살겠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민주주의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성립이 가능하다”면서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행정부의 제안과 국회의 입법적인 고민을 한데 용광로처럼 녹여, 미래를 창조하는 대한민국 의회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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