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칼럼] 새만금은 죄가 없다
10년간 불법파업 않겠단 각오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
해외 유명기업 유치하라
이게 새만금 큰그림 출발점
지난여름 새만금 잼버리는 한국 정치와 행정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 행사였다.
무엇보다 지역 내 '짬짜미'가 초래한 부실 시공이 잼버리 파행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싶다. 익히 알려진 화장실과 샤워시설은 물론 식수·배수·의료시설이 부실했다. 설치 업체들의 시공 능력 부족 탓이 컸다. 그 원인은 발주할 때 지역 내 기업 우선 배정 원칙. 전북에 본점을 둔 기업만 입찰이 가능했다. 그 결과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기업들이 수주하거나, 전문업종이 다른데 수주한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 감사나 당국 수사로도 밝혀져야겠지만 지역 내 정치권과 관가, 업체 간 뒷거래가 있었다면 일벌백계할 일이다.
지역 내 업체 우선 선정은 전북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도도 최근 중앙정부 예산을 받아 한 프로젝트를 발주했는데, 여기에 서울 소재 기업이 뛰어들었다가 호되게 당한 경우도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쁨은 잠시. 지역 내 정관계와 산학연이 연계된 짬짜미에 혼쭐이 났다. 수주를 위한 컨설팅 명목으로 브로커가 끼어들면서 서울 소재 기업은 내지 않아도 될 '컨설팅 비용'을 내야 했다. 오죽 이런 일이 많았으면 윤석열 대통령마저 정부 연구개발(R&D) 카르텔 예산 나눠 먹기를 지적했을까 싶다. 나눠 먹기에다 브로커까지 끼면 예산이 제대로 쓰일 수 없고 낭비될 수밖에 없다. 잼버리 파행도 그런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정부는 내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새만금 사업 전면 재점검에 들어갔다. 새만금개발기본계획은 2011년 처음 마련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경됐다. 윤석열 정부는 2차전지 특화산업단지 구상을 내놓았다. 이에 힘입어 기업들이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만 6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계획대로 투자를 집행할 거란 예단은 무리다. 기업들이 투자할 만한 여건이 아니란 점에서다. 전북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요즘 전북을 떠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다. 새만금 인근 군산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기업 임원은 "불법 파업이 진행 중인데도 경찰은 그저 지켜만 보고 있고, 지역 내 시민단체들은 경영을 훼방놓기 일쑤"라고 하소연한다. 또 다른 지역 짬짜미의 단면이다. 기업들이 새만금의 미래를 그다지 밝게 보지 않는 이유다.
전북 원로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원로들이 지난 4일 모인 건 다행이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새만금을 제대로 평가해 달라고 주장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참석해 원로들과 함께 반성했다. 폐지될 부처에 조직위원회를 맡긴 중앙정부나 김 지사 이전 두 번이나 전북도를 이끈 송하진 전 지사를 탓하기전에 본인부터 잘못을 빈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그러나 SOC 예산 정상 복구를 요구하기에 앞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내놓았어야 한다. 특히 원로들은 차제에 "새만금에 투자한 기업에 대해선 향후 10년간 불법 파업이 없도록 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해 "불법 파업에 대해선 지역사회가 나서서 적극 막겠다"는 서약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실제 투자 집행에 나설 것이다. 테슬라 같은 해외 대기업 투자 유치도 훨씬 편해질 것이다. 해외 유명 기업들도 입주한다면 새만금이 국제적 기업도시로 발돋움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 길이 전북의 새만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만금으로 거듭나는 첩경이다. 혹시 미·중 갈등이 증폭되거나, 한중 경제협력이 더 확대되더라도 새만금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1조원, 아니 가덕신공항처럼 13조원 이상 투자되는 국제공항이라 하더라도 새만금에 짓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명수 논설실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회의 중 재떨이 던진 사장…그날 밤엔 “돈 줄테니 사직서 써라” - 매일경제
- “그것만은 비밀로 해줄게”…이다영, 김연경과 팔베개 셀카, 무슨 의미? - 매일경제
- 주차장서 롤스로이스 ‘쿵’...“괜찮다”는 피해 차주의 정체 - 매일경제
- 0세 70만원→100만원…내년부터 ‘부모급여’ 더 많이 받는다 - 매일경제
- “성관계는 좋은것, 많이 해봐야”…수업 중 상습 발언한 50대 교사 - 매일경제
- “저희가 배울 때는”…‘홍범도 논란’ 질문에 유명 일타강사 답변 - 매일경제
- 힘 빠지는 K배터리 … 점유율 25% 아래로 - 매일경제
- “아들, 올해는 굴비 사오지 마렴”…인기 명절선물 1위는 ‘이것’ - 매일경제
- “불이야” 소리에 150m 내달린 중3 소년, 그가 손에 든 것은 - 매일경제
- 황인범, 세르비아 명문 즈베즈다 이적 “亞 최고 선수 온다” [오피셜]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