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다려주지 않는 우주 선점의 시간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과거 도전과 관찰의 대상으로 인식되던 우주 공간이 개인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동안 우주 개발 사업은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 안보와 같은 공공 서비스 제공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우주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이전되는 뉴 스페이스는 개인이 우주 공간을 영위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국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시킨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우주 정책 전담기구인 우주항공청 신설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한 바 있다. 취임 이후에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을 선포했고 올 4월 미국 국빈 방문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해 우주 강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우주 선진국 대비 우주산업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상황이다. 뉴 스페이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세계 시장의 큰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주 전담기구가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주 개발 조직이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다.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 중국은 국가항천국(CNSA), 러시아는 연방우주국(RSA), 그리고 일본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있다. 최근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첫발을 디디며 우주 강국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의 성공 배경으로 '50년간의 뚝심'이 꼽힌다. 인도의 '찬드라얀 3호' 달 착륙을 성공으로 이끈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가 설립된 것이 1969년이다. 이후 50년간 꾸준한 투자를 이어온 끝에 인류 역사상 한 획을 긋는 순간을 맞이했고, 달 탐사 분야에서 한 발 앞서나가게 됐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연이은 발사 성공으로 우주에 대한 국민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우주항공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민 염원과 달리 우주항공청 개청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우주항공청에 대한 지난 1년 숙고의 시간 동안에도 경쟁국들은 우주 선점 시간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필자는 얼마 전 대한민국 공군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과 공동 주최한 2023 열린우주포럼에서 우주 경제, 우주국방 '신부국강병'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2020년 통계로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3710억달러, 2040년 1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우주 선진국들은 미래 먹거리이자 인류의 마지막 블루오션이라는 우주산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국방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서 이제 '우주를 제패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으로 빠르게 변화해 감을 목도한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대의적 명분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분명한 만큼 정쟁이나 지역 분쟁의 대상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뉴 스페이스 시대라는 창조적 혁신의 시기에 신부국강병을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출범으로 우리 국민이 미래에 우주 주권을 갖고 우주를 향한 꿈과 비전을 활짝 펼쳐 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상철 항공우주학회장(항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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