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호우로 치솟은 농산물값 … 주춤했던 물가에 기름 부었다
◆ 추석 물가 비상 ◆
하반기 들어서도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마저 다시 상승하고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데 물가마저 가파르게 오르면 가계 운영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최근 물가 오름세가 여름철 폭염 때문이라며 10월 이후에는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동월보다 3.4%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3.3%) 이후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전월(2.3%)과 비교하면 1.1%포인트 상승하며 2000년 9월(1.1%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의 체감도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7월 1.8%에서 지난달 3.9%까지 상승했다. 올여름 집중호우와 폭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름값 하락폭 둔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농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이는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성수품인 과일 가격이 1년 사이 13.1% 급등했다. 사과(30.5%), 복숭아(23.8%), 수박(18.6%) 등에서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 사과 가격은 전달과 비교해도 12.1%나 올랐다. 채소류 가격도 요동쳤다. 채소류 물가는 1년 전보다는 1.1% 하락했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16.5% 상승했다. 전월 대비 가격 상승률은 시금치는 59.3%에 달했고, 배추(42.4%)와 무(34.2%) 등도 높았다. 고구마(22%), 고춧가루(9.3%), 쌀(7.8%)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과일과 채소, 해산물 등의 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7월에는 1.3%였지만 지난달에는 5.6%를 기록했다.
8월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올여름 집중호우와 폭염이 연이어 나타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린 뒤 고온이 지속되면서 농작물 피해가 커졌고, 이 때문에 농산물 공급이 줄어 가격이 치솟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류 가격도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린 배경이 됐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1% 내렸지만 지난 6월(-25.4%), 7월(-25.9%)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급격히 줄었다. 여기에는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탔다는 점, 지난해 8월 석유류 물가 상승폭이 둔화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폭이 2.3%에서 3.4%가 되는 데 석유류가 8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하다가 지난해 8월에는 급격히 떨어졌는데, 이 부분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뛰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다만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이는 전월과 같은 수준으로, 더 오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과일 등 추석 성수품 물가 잡기에 나섰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7월 중순부터 큰 폭으로 상승한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고 있다"며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물가가 안정되도록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배추, 무, 사과, 소고기, 명태 등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20대 성수품 위주로 정부 비축 물량을 시중에 풀어 가격 하락을 유도할 계획이다. 20대 성수품 정부 공급분(16만t)은 지난해에 비해 1만t 늘어 역대 추석 물량 중 가장 많다.
추석을 앞두고 가격 상승폭이 컸던 사과, 닭고기, 고등어 등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는 역대 최대인 670억원을 투입한다. 한국은행은 10월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10월 이후 개인 서비스 물가 오름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도 계절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조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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