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공개된 서울시청 지하 ‘1000평 비밀 공간’...누가, 왜 만들었나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40여년간 잠자고 있던 공간이 시민들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이 곳은 빛이 조금도 들지 않는 335m 길이의 ‘암흑터널’이다.
서울시는 서울광장과 을지로1가 차도 아래 13m 깊이 지하에 숨겨져 있던 3182㎡(약 1000평) 넓이의 공간을 시민에 공개한다고 5일 밝혔다.
언제, 왜 만들어진 공간인지를 기록한 문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1983년쯤 조성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명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1960년대 서울 최초의 지하상가, 1970년대 지하철 1호선, 1980년대 지하철 2호선까지 켜켜이 쌓인 서울 도심 조성의 역사를 들춰볼 수 있는 공간이다.
지하철 운행 ‘굉음’ 들리는 암흑 공간···종유석과 석순도 관찰
이 지하 공간은 을지로입구역 피아노계단 아래 있다. 피아노계단은 을지로입구역 승객 통로와 지하상가 ‘시티스타몰’을 연결하는 계단이다. 이 계단 옆 서울장난감도서관으로 들어가 ‘직원 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문을 열면 곧바로 어두컴컴한 공간이 등장한다.
5일 둘러본 이 공간은 폭 9.5m, 높이 4.5m 터널에는 지하철 소리가 수시로 가득 찼다. 전동차가 바로 옆을 지나는 듯한 굉음이 온 터널을 울렸다. 터널의 바로 아래층에서 지하철 2호선이 운행하는 소리라고 했다.
빛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공간을 둘러보려면 조명이 필요하다. 환기가 되지 않아 방진마스크 착용도 필수다. 터널 중간 지점에서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타고 종유석과 석순이 생겨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벽면 곳곳에는 공사 도중 적힌 것으로 보이는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공간 미스터리 풀려면···서울 도심 개발사 ‘조각 맞추기’
이런 공간이 왜 생긴 것인지는 미루어 짐작해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시청 주변 서울 도심이 형성된 역사를 돌아보며 조각을 맞춰볼 수 있다. 지하 시설물 간 ‘높이차’ 때문에 생겨난 공간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해석이다.
1967년 서울시청과 프레지던트호텔 지하를 연결하는 서울 최초의 지하상가 ‘새서울지하상가’가 건설됐다. 현재의 시티스타몰 일부 구역이다.
서울시는 1983년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성수역 구간을 개통하면서 2호선 대합실층과 지하상가를 연결했다. 지하철 시설과 지하상가를 연계한다는 당시 2호선 개발 전략에 따른 것이다. 지하상가와 지하철은 따로 설계됐기 때문에 높이차가 있었고, 서울시는 이를 계단으로 연결했다. 이것이 현재의 피아노계단이다.
2호선 시청역~을지로입구역 구간은 1984년 개통을 앞두고 있었다. 2호선 시청역이 개통되면 1·2호선 간 환승통로도 완성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2호선과 1호선을 빨리 연결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이에 서울시는 1983년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1호선 시청역을 연결하는 통로부터 뚫는다.
1·2호선 연결통로가 2호선 시청역 개통 이전에 생기다 보니, 이 통로는 일단 지하상가 높이에 맞춰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하철 2호선 대합실 높이에 만들어진 통로는 용도를 찾지 못하고 남아있게 됐다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설명이다. 이 공간이 40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시민에 지하공간 활용방안 공모···“서울광장과 연결”
이 공간은 서울시의 ‘지하철 역사 혁신프로젝트’에 따라 개방이 결정됐다. 지하철역 유휴공간을 시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신당역, 여의나루역, 문정역, 시청역이 시범사업지로 선정됐다. 4개 역 중 시청역만 시민에게 활용 아이디어를 얻기로 했다.
서울시는 6일부터 10월10일까지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 지하철역사 상상공모전’을 진행한다. 제안자는 숨은 공간과 서울광장 연결 방안, 시청역~숨은 공간~을지로입구역의 효율적인 수평 연결 방안, 독창적 역 브랜딩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된다. 대상 1점 등 총 35점을 선정하고, 대상 300만원 등 총 2100만원의 상금을 시상한다.
서울시는 오는 8~23일 매주 금·토요일 오전 11시, 오후 1·3·5시에 회차별로 10명 내외의 시민을 대상으로 투어를 진행한다.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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