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 들면 패스?... 시진핑, G20 불참 배경은
중국 라이벌로 부상한 인도 방문 꺼린 듯
바이든 만나도 '성과 불투명' 전망도 작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하자,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2013년 집권 이후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마주한들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중국의 라이벌로 떠오른 인도에서 회의가 개최된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불리한 외교적 환경을 의도적으로 회피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이번 G20 정상회의에 리창 국무원 총리가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의 구체적 언급은 없었으나 사실상 시 주석의 불참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매년 G20 정상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제로 코로나' 기조에 따라 해외 방문 자체를 꺼렸던 2021년에도 화상 형식으로 얼굴을 내비쳤던 시 주석의 이런 행보는 이례적이다.
"라이벌로 부상한 인도서 들러리 신세 회피"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황제 놀이'에 빠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폐기 이후 해외 지도자들의 방중을 반기면서도, 바깥 무대에선 외교적 환경에 따라 선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G20 개최지가 인도라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주펑 중국 난징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시 주석이 올해 G20을 건너뛴 것은 중국·인도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증거"라며 "G20 회의 기간 내내 이어질 인도의 군사 훈련이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인도는 4일 중국 및 파키스탄과의 접경 인근 지역에서 연례 공군 훈련에 돌입했다. 약 3,500㎞ 길이의 경계를 맞댄 중국과 인도는 국경 분쟁으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다. 지금까지도 합의된 국경 없이 실질통제선(LAC)만 그은 채 맞서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쟁국으로 급부상한 인도의 '들러리'를 설 필요가 없다는 내부 기류도 고려했을 법하다. 중국은 내수 침체와 부동산 위기로 경제난이 가중되는 반면, 인도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7.8%를 기록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의 파르와 아메르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시 주석의 인도 방문 거부는 중앙 무대를 인도에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내우외환... 바이든 만나고 싶지 않은 상황
바이든 대통령과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에서 거둘 외교적 성과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한 요인으로 꼽힌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미중 간 긴장 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이어진 미중 간 고위급 회담에서도 특별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작년 발리 회담 후 중국은 '상호 존중'을 요구해 왔지만, 이에 호응하는 미국 측 움직임은 크지 않다"며 "최근 중국 경제 상황까지 악화돼 시 주석에겐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회가 달갑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짚었다.
오히려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중국의 우방국 지도자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시 주석으로선 불확실성이 큰 G20 회의보다는, 중국이 주인공인 자리가 외교적 세(勢) 과시에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시 주석의 G20 불참 소식에 바이든 대통령은 3일(미국시간) "나는 실망했다. 하지만 그와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정상 간 만남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 주석 입장에선 앞으로도 미국의 유화적 제스처가 없다고 여길 경우, APEC 정상회담 역시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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