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회사가 왜 즉석밥을 판매하게 됐을까 [푸드360]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첵스초코’ 만드는 ‘이 회사’가 이번에 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국내 시리얼 브랜드 최초로 ‘통귀리밥’을 처음 출시한 농심켈로그 이야기입니다. 시리얼을 만들던 회사가 밥을 만들게 된 이유는 뭘까요.
5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농심켈로그가 이번 통귀리밥을 내놓은 데에는 일본 시장에서 성과가 한몫했습니다. 한국에 앞서 일본켈로그에서 ‘오트밀라이스’라는 제품으로 지난해 9월 먼저 출시됐거든요. 같은 쌀 문화권인 일본에서 이 오트밀라이스는 기존 일본켈로그의 오트밀 제품 2종 대비 20% 높은 재구매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시리얼 대신 밥을 내놓은 농심켈로그의 도전 배경에는 급성장한 국내 즉석밥 시장이 있습니다. 농심켈로그는 동서식품(포스트)과 함께 국내 시리얼 시장의 80~90%를 차지할 만큼 입지가 탄탄한 시리얼 회사입니다. 업계에서 국내 시리얼 시장 규모를 2000억원대 규모를 보는데요.
즉석밥 시장은 그보다 2배 이상의 규모입니다. 코로나19을 지나며 간편식 수요가 늘면서 국내 즉석밥 시장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닐슨IQ코리아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품밥 시장은 지난해 4486억원 규모로 파악됐는데 2010년 900억원 대비 약 5배로 성장했답니다. 향후 성장가능성도 높은, 더 큰 규모의 시장을 시리얼 회사도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시리얼과 즉석밥은 ‘곡물로 만들어지는 간편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밥이 될 수 있는 시리얼은 즉석밥 소비자들까지 시리얼 회사의 소비자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통귀리밥에 들어간 귀리는 볏과에 속하는 식물이나 곡물의 한 종류입니다. 영어로는 오트(oats)인데요. 해외에서는 우유, 소금, 설탕 등과 섞어 식사하는 그 ‘오트밀’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농심켈로그의 오트밀은 우유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오트밀이면서 밥으로 조리가 가능합니다.
귀리가 들어간 시리얼 제품은 사실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동서식품이 2019년 ‘포스트 화이버 오트밀’ 3종을 선보였고 지난해 12월에는 ‘포스트현미 오트밀’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제품은 밥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농심켈로그는 귀리라는 곡물을 사용함으로써 즉석밥을 찾는 이들에게도, 시리얼을 찾는 이에게도 모두 다가갈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한 걸로 보입니다.
농심켈로그 관계자는 “켈로그 통귀리밥은 밥이면서 우유와 함께 시리얼로도 먹을 수 있다는 게 특이점”이라면서 “통귀리밥으로는 누룽지나 주먹밥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 통귀리밥은 포장재 안에 캐나다산 납작귀리와 귀리 플레이크가 들어가 있습니다. 밥으로 먹으려면 물을 넣고 1~2분가량 전자레인지로 조리해 먹어야 합니다. 기자가 맛본 조리된 통귀리밥은 생각보다 거칠지 않고 쫀득한 식감을 보였습니다. 오트밀의 여물 같이 씹히는 식감을 기대한 것과는 달랐는데, 농심켈로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분 최적화 공법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한편 즉석밥 시장은 1996년 12월 출시된 햇반이 6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2위는 2004년 오뚜기밥을 출시한 오뚜기가 약 20%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후발주자의 도전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어요. 하림이 2021년 3월 ‘순밥(순수한 밥)’을 내놓은 후 지난해 5월 즉석밥 11종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죠.
기존 즉석밥 브랜드들은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법을 다양화해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즉석밥의 큰형님 격인 CJ제일제당은 2021년 ‘솥반’을, 지난해에는 식물성 단백질 중심의 ‘햇반 플레테이블 그레인보울’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심켈로그는 시리얼과 즉석밥 소비자 모두에게 다가가는 신제품을 내놓았네요. 통귀리밥은 카테고리 자체로는 ‘즉석밥’ 코너에서 판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농심켈로그의 통귀리밥은 치열한 즉석밥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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