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드론, 루마니아에 추락했나···우크라·루마니아 ‘진실 공방’

선명수 기자 2023. 9. 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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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 드론, 루마니아 영토 추락”
루마니아 “그런 일 없어” 즉각 부인
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다뉴브강 항만시설에서 구조대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다뉴브강 항만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습 와중 러시아군의 드론이 루마니아 영토에 떨어졌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군의 드론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 영토에 떨어져 폭발했다면 이는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충돌로 번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다만 루마니아가 이를 부인하고 우크라이나가 재반박에 나서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논란은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다뉴브강과 접한 오데사주 이즈마일에 대규모 드론 공습을 퍼부으며 촉발됐다. 다뉴브강은 지난 7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선언 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길이 막히자 우크라이나의 대체 수출로로 활용돼 왔으며, 이즈마일은 다뉴브강을 사이에 두고 루마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봉쇄하기 위해 7월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다뉴브강 주요 항만과 곡물저장시설 등을 겨냥해 포격을 퍼부어 왔다.

올레흐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3시간 넘게 이어진 러시아군의 공습 후 “간밤 이즈마일 항구에 대한 대규모 공격 중 러시아 샤헤드 드론 2대가 루마니아 영토에 추락해 폭발했다”고 밝혔다. 니콜렌코 대변인은 다뉴브강 건너편에서 폭발로 화염이 치솟은 사진을 공개하며 “이는 러시아의 테러가 우크라이나 안보 뿐만 아니라 나토 회원국을 포함해 주변국 안보에도 위협을 가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루마니아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 따른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드론이 루마니아 영토에 추락했다는 주장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반박했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 중이던 루미니타 오도베스쿠 루마니아 외무부 장관도 취재진과 만나 “(이즈마일과) 우리 국경이 매우 가깝기 때문에 사건 사고의 위험은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 측이 “증거가 있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오늘 공습 중 러시아 드론이 루마니아 영토를 공격했다는 사진 증거를 갖고 있다”며 “루마니아가 공격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맞섰다. 특히 쿨레바 장관은 “우리의 일부 파트너들이 (러시아와의) 분쟁에 연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실상 눈을 감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옥사나 사브추크도 우크라이나 방송에 출연해 “루마니아의 부인은 러시아와의 직접 대결을 피하기 위한 나토 차원의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루마니아 영토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나토 회원국에 대한 첫 공격이 된다. 회원국 간 집단 방위 조약을 맺고 있는 나토가 가장 우려해온 ‘확전’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것이다.

나토는 한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하는 집단방위체제를 운영한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합류를 지속적으로 희망해 왔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가입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이는 곧 전쟁이 ‘나토 대 러시아’의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도 러시아의 공습 와중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7㎞ 떨어진 폴란드 영토에 미사일 2기가 추락해 민간인 2명이 숨지며 한 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조사 과정에서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로 드러났다. 폴란드 정부와 나토는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방어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방공 요격미사일 중 일부가 오작동으로 인해 폴란드 쪽으로 날아간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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