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 노른자땅도 유찰”... 외면 받는 가로주택사업

이미호 기자 2023. 9. 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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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가구에 불과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대우아파트는 400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을 만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계획을 세웠다.

대우건설은 작년 6월 서초아남아파트(984억원 규모) 정비사업과 7월 창동1구역(551억원 규모) 가로주택사업을 수주한 이후로 소규모 재건축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GS건설은 자회사인 자이에스엔디를 통해 지난 2019년 11월 수성자이르네(583억원 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을, 2021년 6월 침산삼주아파트(678억원 규모) 소규모 재건축을 수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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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찰에도 유찰 ‘수두룩’
사업 규모 보단 ‘공사비 감당’ 여부가 관건

95가구에 불과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대우아파트는 400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을 만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계획을 세웠다. 비록 소규모 아파트지만 지하철 2호선 방배역과 2·4호선 사당역 사이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재건축이 활발한 방배동 주요 사업지가 둘러싸고 있는 ‘요지’다. 게다가 방현초, 동덕여중, 동덕여고와 붙어 있어 학군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사업 속도는 신통치 않다. 지난달 30일 마감된 입찰에는 참여 건설사가 없어서 유찰됐다. 조합은 지난 1일 입찰공고를 다시 내고 시공사 선정 재도전에 나섰다.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조선DB

소규모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사업에 대한 인기가 시들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기 전만 해도 사업성이 좋은 곳은 대형 건설사들이 뛰어들 정도였지만, 이제는 치솟은 공사비로 수주에 신중해지며 중견 건설사들조차 입찰을 꺼리는 분위기가 됐다.

6일 조선비즈가 나라장터에 올라온 최근 3개월간(6월1일~9월1일)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 입찰 공고를 분석(개찰일 기준) 한 결과, 사업지 18곳 가운데 4곳만 시공사를 찾았다. 방배 대우를 포함한 나머지 14곳이 유찰됐는데 이 중 6곳은 재입찰에도 불구 또다시 유찰됐다. 그만큼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2곳 이상의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유찰된다. 두 차례 이상 유찰되면 단독 입찰한 시공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가로주택사업은 가로구역으로 규정된 도로에 둘러싸인 블록 단위의 노후화한 주택을 정비하는 것을 말하는데, 정비계획 수립이나 구역 지정 및 추진위 설립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재건축과 다르다. 다만 통상적인 재개발·재건축 사업보다 사업지 면적과 일반분양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는 ‘소규모 재건축’과 비슷하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 인상 압박이 높은 상황이라 이들 모두 사업 규모상 한계가 분명하다. 즉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대형 건설사들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대형 건설사들의 가로주택사업 수주 실적은 뚝 끊긴 상태다. 주택사업 비중이 큰 대형 건설사를 기준으로 하면, 작년 8월 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 12·13동 재건축을 수주한 것이 마지막이다. 대우건설은 작년 6월 서초아남아파트(984억원 규모) 정비사업과 7월 창동1구역(551억원 규모) 가로주택사업을 수주한 이후로 소규모 재건축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GS건설은 자회사인 자이에스엔디를 통해 지난 2019년 11월 수성자이르네(583억원 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을, 2021년 6월 침산삼주아파트(678억원 규모) 소규모 재건축을 수주한 바 있다.

다만 DL이앤씨가 올해 유일하게 가로주택사업을 수주했는데 ‘LH참여형(광명3동, 1611억원 규모)’으로 진행됐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매력적인 사업장은 절대 아니다. 과거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입지가 정말 확실한 곳 위주로 간혹 진행됐었다”면서 “당분간 가로주택사업을 포함한 소규모 재건축이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정비 사업의 관건이 사업 규모가 아니라 ‘공사비 감당 여력’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이 사업 규모나 그에 따른 인허가 여부 보다도 추가분담금 규모, 즉 공사비가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소규모나 가로정비 사업은 대기업 계열 건설사가 손댈 각이 안 나오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소규모 정비 사업 추진이 오랫동안 지체될 경우 “노후 지역의 주거 여건 정비가 저해 되고 주택공급확대라는 정책목표 추진에 일부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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