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돌아왔다’ 갈등과 함께…EU 보호정책 전환할까
유럽에 늑대가 돌아오면서 사람과 늑대 간의 해묵은 갈등도 함께 돌아왔다. EU는 최근 개체 수가 급증했다는 이유로 늑대 보호 정책 전환을 시사했다.
EU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보호종인 늑대 개체 수가 증가해 가축을 방목하는 농가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늑대 보호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U집행위는 오는 22일까지 늑대 개체 수와 실제 영향과 관련해 지역사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을 방침이다.
늑대 개체 수의 증가는 유럽의 엄격한 보호정책 때문이다. EU가 1992년 도입한 서식지 지침에 따라 야생 늑대 포획과 사냥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 전역의 늑대 개체 수는 지난 10년 동안 25% 증가했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2021~2022년 기준 EU 전역에 1만9000마리의 야생늑대가 있다고 추정된다. 독일에는 약 1200마리가 있다고 추정되는데 10년 동안 6배 증가했다.
독일통일과 EU출범도 늑대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 전체에 걸쳐 통일된 보호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늑대는 독일에서 1850년대 멸종했다. 서독은 1950년대부터 늑대 보호정책을 펼쳤으나 동독에서는 사냥을 허가해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 2000년 폴란드에서 넘어온 야생늑대가 독일에서 새끼를 낳은 사실이 보고되자 “1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전국에서 열광할 정도였다.
하지만 늑대 수가 급증하면서 농업계의 불만과 피해도 커지고 있다. 2022년 독일 전역에서 4366마리의 농장 동물이 늑대의 공격으로 죽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30% 증가한 수치이다. 독일 북동부 뤼네부르크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게르트 얀케는 2013년 처음으로 자신의 양이 늑대의 공격을 받았으며 이후 192마리의 양을 잃었다며 “이 문제에서는 감정적이 된다. 정말 미쳐버리겠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밝혔다. WP는 유럽에는 미국과 달리 대규모 국립공원이 없고 숲이 도시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고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아 늑대와 사람의 접점이 많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는 최근 늑대 사냥을 허용했다. 늑대 보호정책의 편에 섰던 독일 환경부도 최근 늑대 보호정책 전환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녹색당 소속인 스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 장관은 디벨트 인터뷰에서 “늑대사냥 허가는 관료주의를 뛰어넘어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수십 마리의 양이 죽어 초원에 누워 있는 것은 모든 축산업자에게 비극이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다. (농민에게) 더 많은 지원과 안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일부 지역의 늑대 떼 출몰은 가축, 그리고 사람에게도 잠재적으로 실질적인 위협이 됐다”며 “필요한 경우에는 지역 및 각국 당국이 조처하라”고 말했다. 독일 니더작센주 하노버 지역에 있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개인 농가에서 키우던 조랑말 ‘돌리’ 역시 늑대 공격을 받아 폐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EU 각국의 동물보호단체 연합체인 ‘동물을 위한 유로그룹’은 “늑대 개체 수가 느리게 회복되고 있는 건 EU에서 축하받을 일이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라며 “EU 내 아직 만족할 만한 보존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독일 늑대보호 활동가 마리 노이어발트는 “소수의 늑대도 가축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사냥 허가 대신 농민의 가축 보호에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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