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AI 시대 학교교육의 디지털전환 방향과 과제
(서울=뉴스1) = AI 기반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기에 진입한 해외 주요국들은 국가 차원의 전략 마련을 바탕으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고자 한다. 특히, 미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체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를 교육개혁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4대 개혁 분야 10대 핵심정책을 바탕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할 것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교육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방안'을 통해 2023년도 하반기부터 디지털 선도학교를 운영하고,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2023.06)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지침'(2023.08) 발표를 통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됐다.
새롭게 개발돼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될 AI 디지털교과서는 단순히 교과서를 디지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학습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습분석 결과에 따라 학습자료와 학습지원 기능을 이뤄내는 개념이다. 더불어 교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급, 학생별 학업 성취도, 참여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업 설계와 학생 지원을 이뤄낼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러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방안'을 바탕으로 인성,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융합역량 등 디지털시대 핵심역량을 키우는 교육환경을 구축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한 인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처럼 AI 기술이 교육 현장에 도입되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교육이 가능하고 교육의 질이 제고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섬세한 접근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의 디지털전환은 디지털 인프라·기술활용 확대, 학교 현장의 변화, 교과과정 및 학습 내용의 변화,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역할 재정립 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시스템적 변화로 실현될 수 있다. 그에 따라 다음의 주요 사항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집중을 넘어,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과과정 개편이 필요하다. 단순히 교과서를 AI 디지털교과서로 교체하고,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등 인프라 구축을 확대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키울 수는 없다. 디지털 기술 활용역량을 기초 소양으로 형성하고 이를 다양한 학습활동에 활용하며 다양한 데이터와 정보를 연계할 수 있도록 수업과 교과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핀란드와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국들은 교육과정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횡단역량(transversal competencies)' 중 하나이자, 시민 기술로서 바라보고 있다. UNESCO는 디지털 문해력(리터러시)과 디지털 기술 접근성은 21세기 기본권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여기서 디지털 문해력이라 함은 단순히 AI 기술과 디지털 도구를 잘 활용하는 기능적 역량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데이터와 AI 및 디지털 기술이 내놓는 결과물에서 맥락을 읽어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과 윤리적 태도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앞으로 펼쳐질 시대에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기술을 넘어 사회를 이해하고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언어'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본적 소양으로서 디지털 문해력 함양이 교육체제 전반의 주요 목표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디지털 관련 요소와 다양한 교과 특성에 맞게 디지털 기초소양을 반영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다양한 교과목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재정적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몇몇 시도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관련 프로그램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핀란드의 경우 2020년부터 아동,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ICT 활용역량, 프로그래밍 기술 강화 등을 목표로 'The New Literacy Programme(2020-2023)'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ICT 역량을 강화하고자 디지털 리터러시를 형성하기 위해 학년별로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과 교육 활동을 안내하는 지침 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모든 학문과 교과목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디지털 도구 등을 활용한 수업은 강조되는 반면, 디지털 시민성, 디지털 윤리의식, 그리고 컴퓨팅 사고력 등 소양을 학습할 수 있는 수업들은 여전히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OECD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우리 학생들이 문제풀기와 교과서 위주 학습에 익숙한 나머지, 정보와 데이터를 실제로 판단·활용하고 정보를 재생산·창조하는 역량 형성에 다소 제약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낮은 수준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AI 디지털교과서 등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디지털 기술에 종속되어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형성해 나가기 어렵다. 그러므로 정부는 디지털 리터러시 구성 요소(소양)를 세분화하고 해당 요소들을 어떻게 현행 교과와 연계하여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 활용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 그리고 교과 내용이 상호연계되고 단계별 교육과정 간 연계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단계별 기준(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두 번째로 현직 교사들과 예비 교사들의 자기 주도적 역량개발 기회를 확대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자율성을 보장받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교원확보가 바로 미래 교육시스템 전환을 위한 핵심 전제이자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교사들에게 충분한 재량권과 자율성을 부여하고 신뢰하며 학생을 위한 최적의 학습기회와 콘텐츠를 채택하고 설계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일본과 미국의 경우에는 교원 부족 현상을 심각하게 여기고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함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교사 생애 주기와 업무방식 변화를 고려한 교원양성·채용·연수시스템의 전환을 추구하고 경쟁력 있는 임금 보장 및 행정 부담 완화 등을 이뤄내고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전환 시대 새로운 교육 생태계와 학습공간 형성 속에서 교사가 교육시스템 전환의 촉진자이자 실천가로서 역할하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이에 싱가포르와 핀란드 등 국가는 교사들이 역량 중심 경력개발 경로를 마련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 역량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입직 이후에도 교사들의 경력개발 경로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교사들의 숙련형성과 역량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네트워크형 프로젝트를 다수 실행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주요국들의 정책 동향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직 이탈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행정 업무의 과중, 교사 자율성 부족 등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무기력한 교권 하락과 교권 침해 등에 따른 교사들의 사기 저하는 극에 달했다. 이에 진정한 학교 현장의 디지털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사기와 열정을 고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개선하고 교사들의 과다한 행정 업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교권 보호 및 교권 침해 관련 조치사항 등을 마련하고 과중한 업무 등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전문적 역량을 갖춘 교사가 바로 교육시스템 전환과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 전제이자 과제임을 강조하며 이들의 자기 주도적 역량개발 기회 확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교사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자질과 역량을 국가 차원으로 제시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즉, 디지털 역량개발을 포함한 교사를 위한 전문 역량개발 로드맵을 국가 차원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예비 교사들의 대학 교육 기간 내 현장 학습강화와 교사 교육과정부터 교직에 입문할 때까지 역량개발 단계를 지원하고 현직 교사들의 전문성 축적과 역량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재정적 지원과 인센티브 확충을 바탕으로 단기 집중연수 형태의 프로그램이 아닌 평생학습으로서 교사들의 연수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마련될 필요가 있다.
교사들에게 유연하고 직무와 연계된 교육을 통해 디지털 기술 활용 교육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마이크로 크리덴셜 시스템 등과 같은 다양한 방안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을 위한 학습 시간을 보장하고 이론 및 지식 습득 활동, 체험과 실습 기반 학습, 협동 프로젝트 기반 참여형 학습 등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교사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사 자격제도, 교원양성 교육과정, 교원평가제도, 교원연수제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전문성 있는 연수·학습 프로그램 확충을 위해 다양한 주체 간 협력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교원 학습공동체 형성과 지원 확대를 도모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교사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전문성을 개발하고 역량을 축적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지역 주도 미래인재 양성 체제 구축을 위한 책임과 권한 이관이 이행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교육 콘셉트 없이 디지털 인프라 확충은 없다(Keine Ausstattung ohne Konzept)"는 원칙에 따라, 지역의 특수성과 맥락적 요소들을 고려한 학교 현장의 디지털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지방정부와 교육청 등은 디지털 교육 콘셉트를 개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체계 개편, 교사양성 및 연수체계 개편 등 계획을 마련할 의무를 지닌다. 여기에는 필수적으로 지역사회 내 학교, 교사, 학부모, 교육청, 그리고 지방정부 간 협력적 거버넌스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일본의 경우에도 학교와 가정, 지역의 협동에 의한 교육활동을 추진하고 '팀으로서의 학교'를 실현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해외 주요국들은 중앙과 지방 간 권한 배분과 역할 분담을 명시화하고 지역 기반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인재양성 체계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지역사회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지역의 가능성을 가시화하며 풍부한 지역의 자산과 문화가 환류되는 저장소로서 '지역 학교' 확충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우리나라 지역 내 다양한 주체(지자체,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다양한 민간기관 등) 간 협력적 파트너십 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주체는 바로 교육청이다. 이에 교육청은 지방자치와 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과 학교 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 교육부 등 중앙정부는 교육청과 함께 공동으로 디지털 교육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여건을 진단하고, 지역별 맞춤형 디지털 교육으로의 전환계획 수립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청의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지원을 이뤄내고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교육청 및 학교 간 노하우와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협의체 등 구성과 운영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맞춤형 인재양성 체제를 마련하고 지방의 역량 강화를 지원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지자체 등 지방정부는 지역에 특화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미래교육 협력거버넌스 구성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통한 지역의 인재 양성과 경제사회 활력 제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지자체에 인재육성과 관련한 책임과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중앙집권형 교육체제와 거버넌스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숙의 과정을 바탕으로 지역연계 교육과정을 마련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실질화하고 미래지향적 가치와 지역 문제, 그리고 디지털 기술(및 리터러시)를 연계한 융합형 교육을 확대해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련 예산 지원 확대와 함께 관련 지원조직, 행정협의회, 마을교육공동체, 지역 민·관·산·학 협력 거버넌스 등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 마련과 제도개선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모범사례 창출과 지역 간 사례 공유를 바탕으로 지역 주도 미래인재 양성 체제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AI 기술 확산 속, 기술환경에 적합한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교육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AI 중심 기술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술이 모방할 수 없는 지식과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창의성과 사회정서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교육환경, 교육방법, 교수·학습활동 등 교육 전반에 디지털 기술활용을 가속화함에 따라 학교 현장의 혁신적 변화를 촉진하고 미래 교육으로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미래 교육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물리적 기술 인프라와 디지털 기반 학습 도구, 그리고 콘텐츠를 확산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미래 교육체제를 이끌어나갈 지역, 교사, 그리고 교과 내용이 함께 진화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시대 교육의 질 제고와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 기능을 점검하고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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