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의 ‘포스트 진종오’ 시대가 될 항저우 아시안게임···비상을 노리는 금메달 기대주들의 각오

윤은용 기자 2023. 9. 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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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가 5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창원 | 연합뉴스



오랫동안 한국 사격은 ‘황제’ 진종오(44·서울시청)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었다. 그가 첫 올림픽 메달을 땄던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무려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진종오의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진종오도 이제 더 이상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올해 초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역할까지 맡게 된 그는 사실상 현역에서 한걸음 물러난 상황이다.

개막까지 20일이 채 남지 않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한국 사격에 있어 ‘포스트 진종오’ 시대를 알리는 첫 번째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유망한 기대주들이 하루빨리 대회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보미가 5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창원 | 연합뉴스



5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현장은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홍승표 총감독을 포함해 김보미, 송종호(이상 IBK기업은행), 이은서(서산시청), 정유진(청주시청) 등 총 5명이 참가해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사격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33개의 사격 전 종목에 35명이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따 중국에 이어 사격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홍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사격 강국인 중국과 인도의 높은 경기력을 실감하고 왔다”며 “지난 4월 아시안게임 선발전 종료와 함께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국내·국제대회에 출전해 훈련해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3개의 금메달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 감독이 밝힌 금메달 기대주는 남자 10m 러닝타깃의 정유진과 여자 50m 소총 3자세의 이은서, 그리고 남자 25m 속사권총의 송종호다.

이은서가 5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창원 | 연합뉴스



송종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이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메이저대회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올림픽 쿼터를 본인이 따가지고 왔음에도 선발전에서 탈락해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예선 통과에 실패했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탄속 미달로 실격을 당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거는 각오가 남다르다. 송종호는 “이번이 3번째 아시안게임이다. 이번에는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온갖 고난을 다 겪은 그는 오히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더 단단해졌다고 자신한다. 송종호는 “사격에서는 결국 정신력이 메달을 결정짓는다. 컨디션과 기량을 유지해 끝까지 완주만 한다면, 결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진이 5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창원 | 연합뉴스



정유진은 아시안게임 4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은메달을 땄던 정유진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닝타깃은 비올림픽 종목이라 세계랭킹이 없지만,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꾸준히 입상하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이 가장 유력한 선수다. 2016년 전국체전에서 러닝타깃이 정식 종목에서 빠졌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정유진은 “총기 회사에 입사해서 일하면서도 태릉 사격장과 방 안에서 꾸준히 개인 연습을 했다”고 어려웠을 때를 회상했다. 특히 진종오를 우상으로 꼽으면서 “사격에서 쉽지 않은 (올림픽) 3연패를 한 선수다. 정말 따라가고 싶다”고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50m 소총 3자세 외에도 여자 10m 공기소총에까지 출전하는 이은서도 자신감은 충만하다. 이번이 첫 아시안게임 출전인 이은서는 “그 동안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여러번 탈락해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다”며 “2종목 다 메달을 땄으면 하지만, 소총 3자세가 좀 더 자신있다. 메달도 거기서 나올 것 같다”고 자신했다.

홍승표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국가대표팀 감독이 5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창원 | 연합뉴스



홍 감독이 ‘금메달’ 후보에는 꼽지 않았지만, 김보미 또한 충분히 포디움(시상대)에 오를 기량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는다. 김보미는 “진천선수촌에서 중국 음악을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고 연습해볼 생각”이라며 “내 좌우명이 ‘현재만 생각하자’다. 그런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전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창원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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