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유럽 자동차·가전박람회, ‘메이드 인 차이나’ 도배된 까닭
5일부터 닷새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모터쇼 ‘IAA 2023 모빌리티’를 하루 앞둔 지난 4일(현지시간), 행사장 ‘메쎄 뮌헨’ B3 구역의 비야디(BYD) 부스는 곧 열릴 기자회견을 기다리는 각국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근 ‘보쉬’ 부스까지 이어진 기자들이 까치발을 들고 섰을 정도였다.
BYD는 일명 ‘테슬라보다 많이 팔린 전기차’로 불리는 중국 토종 전기차 기업이다. 최근 몇년간 일본과 호주, 유럽 등지에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BYD는 이미 유럽에 아토3·씰 등 5개 제품을 출시했는데, 이날은 전기 세단 ‘씰’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버전인 ‘씰 유(U)’를 선보였다. 올해 말부터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슈 BYD 유럽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자동차의 역사가 시작된 IAA에서 처음 (씰 유를)선보이게 돼 영광”이라며 “BYD에게 유럽은 전략적 시장”이라고 밝혔다. 1897년 처음 열린 IAA는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모터쇼다.
중국 토종 전기차 회사 샤오펑과 립모터도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 진출 계획을 밝혔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의 비중은 3% 이내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중국 업계는 최대 전기차 시장인 이곳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자국 내 경기위축으로 자동차 수요가 맥을 못 추는 데다가, 또 다른 거대 시장인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장벽을 쌓자 유럽 시장으로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생겨났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이번 IAA에 20년만에 불참을 선언했다. 그 빈틈을 중국 업계가 메운 모양새다. 올해 IAA 전시업체 중 중국 기업 숫자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이 근시일 내 유럽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 종사한다는 한 30대 스웨덴 남성은 기자에게 “이들(BYD)의 디자인·성능이 아직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차 아이오닉 5·6나 기아 EV6 등 한국산 전기차와의 비교를 묻는 질문에 그는 “현대차·기아가 훨씬 낫다. 그들은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수십년간 생산해온 전통 기업”이라며 “특히 내연기관차의 ‘괜찮은 제조사’라는 점을 오랫동안 입증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사(중국 업체)들이 (유럽)대중시장에 침투하려면 스스로를 증명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IAA에 앞서 지난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IFA 2023’도 ‘메이드 인 차이나’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참가 기업 2000여곳 중 1296곳이 중국 업체다. 1924년 첫 전시가 열린 IFA도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기조연설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 ‘아너’가 맡았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폴더블폰 ‘매직 V2’를 소개하며 “삼성 갤럭시Z 폴드5보다 얇다”고 강조했다. 중국 TV 제조업체 TCL은 초대형 163인치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 ‘더 시네마 월’을 전시했다. IFA에 전시됐던 TV 가운데 가장 큰 사이즈다.
반면 IFA·IAA에서 소니·도요타 같은 일본의 제조업 강자들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일 업체들이 브랜드의 프리미엄화(化)로 전략을 선회하면서, 신제품 출시로 흥행을 노려왔던 전통적인 박람회에서 탈피해 브랜드 가치를 온전히 선보일 수 있는 신시장 개척이나 독자적인 행사 등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IFA에서 밀레 같은 유럽 전통 브랜드들은 에너지 절감 같은 기존 제품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치중한 데 반해, 중국 업계는 미숙하나마 기술력을 앞세워 ‘신제품’을 전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같은 최상급 제조업체의 노하우를 온전히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했다.
뮌헨 |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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