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담·수어로 공무원과 실시간 소통…‘사회적 약자’ 문턱 없앤 광주 남구
광주광역시 남구청 민원실에서 지난 4일 만난 50대 청각장애인 A씨는 필담 모니터를 통해 민원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A씨는 “민원은 잘 해결되셨나요”라는 담당자의 질문에 “덕분에 잘 해결했습니다. 따뜻한 배려 감사합니다ㅎㅎ”라고 적었다.
A씨는 “민원서류를 발급받거나 행정적 도움이 필요할 땐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일일이 메모지를 건네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이젠 (구청에 오는 일이) 혼자서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남구가 맞춤형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사회적 약자 SOS존’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SOS존은 여러 민원 서류 등을 작성할 수 있는 민원대로, 언어는 물론 눈과 귀 등으로도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남구청 정문으로 들어서면 음성 유도기가 민원실 내 SOS존으로의 안내를 돕는다.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수어 동영상도 곳곳에 설치된 TV모니터로 송출된다. 이동 중 걸림돌이 되는 문턱이나 계단도 모두 없앴다.
민원실에 도착하면 전담 안내 도우미가 중앙에 있는 SOS존으로 안내한다. 이 도우미는 필담 모니터와 민원 안내 정보를 담은 수어 영상 등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민원인과 담당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돕는다.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부서 담당자도 직접 호출한다.
SOS존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4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가로 2m, 세로 1m 크기로 제작됐다. 책상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휠체어 높이에 맞췄다. 투명 유리로 된 상판 아래에는 점자로 만들어진 민원업무 안내서 등이 들어있다. 또 SOS존 정면 2m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배려 창구’도 마련돼 있다.
이 같은 전용 창구 운영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방문이 늘면서 구청 이용 주민들이 예전보다 30% 가량 늘었다고 남구청 관계자는 말했다.
남구는 민원실 문턱 등을 없애는 장애 친화 정책으로 지난해 정부가 주관하는 국민 행복민원실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SOS존은 후속 정책으로 광주시장애인협회 회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추진한 것이다.
류영란 남구청 민원팀장은 “SOS존은 한번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편의를 위해 더 개선하고 발전시켜야할 창구”라며 “이들에게 필요한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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