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반한 당뇨•비만 치료제 위고비, 알코올 등 각종 중독 치료와 뇌졸중 위험까지 낮춰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9. 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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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위고비[사진=노보노디스크]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13kg 체중감량 비결로 꼽은 비만치료제 ‘위고비’. 체중감량을 넘어 위고비가 술이나 담배,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데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도 있어 위고비 적응증 확대 여부의 귀추가 주목된다.

5일 스웨덴 예테보리대에 따르면 엘리자벳 절하그 약학과 교수 연구팀은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반복 투여했더니 쥐의 알코올 섭취량이 감소하고 음주 횟수가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idicine)’에 지난 7월 공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GLP-1)이라는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이다. 이 호르몬은 음식에 반응해 장에서 생성된다. 췌장에 인슐린을 만들도록 지시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며 포만감을 유도하고 위를 비우는 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한다. GLP-1 모방 약물은 천연 호르몬보다 더 오래 체내에 머물러 이런 효과를 극대화한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도파민 분비를 저하시켜 알코올 중독 현상을 막는다고 분석했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으로 알코올이나 마약 등에 대한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연구팀은 “쥐의 뇌를 분석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가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알코올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연구팀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지난 5월 발표한 바 있다. 로렌조 레지오 미국 국립보건원(NIH) 알코올중독연구소 연구원팀은 세마글루타이드를 섭취한 설치류가 섭취하지 않은 설치류에 비해 알코올을 덜 마셨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JCI 인사이트’에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식욕 자체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알코올 섭취도 줄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확한 기전이나 원리가 밝혀지면 향후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약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효과가 일부 입증됐을 뿐 사람에 대한 효과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GLP-1 모방 약물을 중독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현재 진행 중이다.

한편 위고비가 심혈관 질환 발생위험을 약 20%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지난달 공개됐다.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사가 후원한 이 연구에서 위고비가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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