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 진단, 변이 ‘피롤라’ 감염 여부 읽어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변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집에서 셀프 검사를 진행하는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가 더욱 떨어질 것이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변이의 등장이 검사 정확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코로나19 법정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되며 독감 수준의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인간의 법칙 안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등급 조정과 상관없이 바이러스는 지속적인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검출되는 변이 바이러스는 8월 넷째 주 기준 EG.5 변이로, 27%의 검출률을 보이고 있다. XBB.1.9.1(21.9%), XBB.2.3(11.8%)이 그 다음 순이다. 우세종은 아니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새롭게 확산 조짐을 보이는 변이로는 BA.2.86 변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17일 이 변이를 새로운 ‘감시종’으로 지정했다.
‘피롤라’로 불리는 BA.2.86 변이는 기존 오미크론 변이 대비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36개 더 많아 자연감염이나 백신접종으로 얻은 면역력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변이의 지속적인 등장으로, 가정용 코로나19 검사기인 자가검사키트의 감염 식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이나공대(칼)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미생물학 스펙트럼’에 발표한 소규모 연구에 의하면 가정용 검사의 신뢰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자가검사키트에 포함된 면봉으로 코, 목 등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임상 민감도’가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자가검사키트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80%의 검사 정확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으나, 현재는 44%의 정확도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피롤라와 같은 변이 등장도 셀프 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토마스 루소 미국 버팔로대 의대 교수, 아메시 아달자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등 감염병 전문가들은 여러 외신을 통해 새로운 변이의 등장이 자가검사키트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BA.2.86 감염 사례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변이에 대한 자가검사키트 신뢰도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스파이크 단백질에 더 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한 변종에 대해서도 검사 결과는 똑같이 도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가검사키트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는 게 아니라, 뉴클레오캡시드 항원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은 스파이크 단백질처럼 변이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검사 민감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변이의 종류보다는 코로나19 증상이 감염 신뢰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감염자가 무증상을 보인다면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거짓 음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가족을 포함해 주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면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더라도 일정 기간은 주의가 당부된다.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코에서 한번 샘플을 채취하고, 목에서 또 한번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이 있다. 목과 코에 있는 바이러스의 양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곳을 모두 검사하면 그만큼 검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한편, 자가검사키트의 검사 정확도가 떨어져도 병원에서 유전자증폭(RCR)검사나 신속항원(RAT)검사를 받은 사람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전환되면서 검사비가 유료화 됐기 때문이다. RAT는 2~5만 원, PCR은 6~8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6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한해 건강보험이 부분 지원된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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