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흔들리는 중국 탈출…인도·베트남으로 '머니 무브'
올 들어 네 차례 금리 인하에 증시 후끈
인도펀드 3개월 최고 수익률 17.9%
美·中 갈등 수혜…외국인 자금 몰려
중국 증시가 부동산발 위기로 부진을 겪는 가운데 인도·베트남 펀드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 증시가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글로벌 펀드들 역시 중국을 대체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인도·베트남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베트남·인도에 몰리는 투자심리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1개 베트남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최근 3개월 동안 242억원 증가한 9369억원(지난 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북미, 중화권에 이어 펀드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 3위였다. 인도 역시 최근 들어 펀드 자금이 많이 늘어났다. 인도 주식형 펀드 27종의 설정액은 최근 3개월 사이 174억원 불어난 6840억원이었다.
수익률도 고공 행진 중이다. 베트남 주식형 펀드들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1.73%로 지역별로 구분한 해외 펀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 북미지역 펀드 130종의 평균 수익률(6.59%)을 크게 웃돌았다.
개별 펀드로 보면 레버리지형 상장지수펀드(ETF)인 ‘ACE블룸버그베트남VN30선물레버리지’가 27.2%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NH-Amundi베트남레버리지’가 18.8%, HDC베트남적립식이 13.7% 순서였다.
베트남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올 들어 예금 금리 상한, 오버나이트 금리(초단기 대출금리) 등 주요 정책 금리를 네 차례 인하했다. 기업 호실적도 맞물리면서 베트남 VN30지수는 5월 말 이후 이달 1일까지 15.7% 올랐다.
인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만만치 않다. 최근 3개월간 27개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7.98%다.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가 3개월 수익률 17.9%로 가장 높았다. ‘삼성클래식인도중소형포커스연금’(13.2%), ‘IBK인디아인프라’(10.6%)도 높은 편이었다. 인도는 미·중 갈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이 증시를 들어 올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인도 증시에서 15억73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센섹스지수는 최근 3개월 동안 4.4% 상승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정부가 금리를 네 차례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놨다”며 “인도는 글로벌 대비 긍정적인 경기 전망과 미·중 갈등의 중장기 수혜 기대 등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증시를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 빠지는 中 펀드
반면 중국 펀드에서는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펀드 184종의 설정액은 6조4408억원으로 최근 3개월간 2398억원 줄었다. 3개월 평균 수익률 역시 0.31%로 저조한 편이다. 1년 수익률 -14.36%, 2년 수익률 -32.41%로 장기투자자는 큰 손실을 봤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중국 1~3위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가 모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는 등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펀드 수익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JP모간은 당초 6.4%였던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4.8%로 대폭 낮췄다.
중국 내수 경기의 더딘 회복세 우려가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의 중국 탈출 러시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8월 한 달 사이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124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에 글로벌 자금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오쩌둥 시대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 미만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중국·신흥국 전략파트장은 “중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서둘러 투자 판단을 내리기보다 9~10월까지 관망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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