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계약금액' 안적은 계약 공시, 알고 보니…

동효정 기자 2023. 9. 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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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 = 업체 제공) 2023.7.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삼성전기가 미국의 한 자동차 업체와 카메라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삼성전기는 이 업체명과 계약 물량, 계약 금액 등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 업체는 미국 테슬라로 추정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6월 삼성전기가 테슬라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한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삼성전기 측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후 삼성전기는 7차례에 걸쳐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가 이날 처음 계약 체결 사실을 언급했다.

하지만 삼성전기의 이날 공시는 여전히 궁금증을 낳았다. 삼성전기는 공시에서 "공급 수량 및 금액은 정해진 바 없다. 향후 본 계약 관련 수시공시 의무에 해당하는 사유 발생시 바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삼성전기는 계약은 했지만 그 금액과 거래 상대방은 공개하지 않은 채 모호한 공시를 한 셈이다.

반면 올 초 테슬라와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은 2차전지 제조업체 엘앤에프는 테슬라와 계약을 맺으며 계약금액과 계약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공시해 대조를 이룬다. 엘앤에프는 이 공시에서 계약 기간과 자체 생산 여부, 수주 일자까지 공시했다.

삼성전기와 엘앤에프의 공시가 이처럼 확연히 차이 나는 이유는 공급계약 사항을 매출액 대비 계약금액에 따라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관련 '의무공시'와 '자율공시'로 나누고 있어서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이번 공시의 매출액 대비 계약금액이 낮아 '자율공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 내용을 뭉뚱그려 언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 엘앤에프는 테슬라와 계약금액이 전년 매출액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해 '의무공시'로 계약 사항을 공시해야 해 구체적으로 계약 내용을 조목조목 밝힌 것이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계약금액이 전년 매출액의 10% 이상일 경우에만 '의무공시' 대상이다. 예컨대 전년도 매출액 1000억원을 올린 기업이 100억원 이상의 판매·공급계약을 체결한 때는 계약 내용을 상세히 밝히는 의무공시를 해야 한다. 그마저 100억원 미만 계약일 경우 공시 의무조차 없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에는 이 기준이 또 달라진다. 매출액의 5% 이상인 계약만 의무공시 대상이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은 매출액의 2.5%를 넘어야만 의무공시 대상이다.

앞서 코스닥 상장사인 엘앤에프가 테슬라 계약 공시에서 공개한 계약금액은 3조8347억3850만원으로, 이는 엘앤에프 전년 매출액의 395%에 해당하는 규모로 당연히 의무공시 대상이다.

반면 코스피에 상장된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9조4245억원이므로 계약 규모가 4712억원(매출의 5%)보다 낮다면 굳이 계약 내용을 일일이 밝힐 필요가 없는 자율공시를 하면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판단을 위해 정확한 공시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계약은 체결했으나 납품 업체와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공시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러나 해당 공시의 어려움을 알리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 상대방이 계약 내용 언급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카메라 모듈은 자동차 모델별로 계약하기 때문에 해당 모델의 생산 기간에 따라 정확한 계약금액을 산정하기 애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계약 금액이나 계약 상대방을 밝힐 수 없을 때에는 해당 업체가 거래소와 상의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공시를 한다"며 "통상 단일계약 공시라고 해도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전체 계약금액을 특정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 계약금액이 계속 달라질 여지가 있다면 계약금액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제약에도 불구, 상장기업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판단을 위해 정확한 공시를 할 의무가 있으며 제약·바이오 업종처럼 최대한 성실히 수치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제약·바이오 업종과 관련한 투자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주주들을 보호하고, 충실한 공시 문화 조성을 위해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도 했다. ▲임상시험 ▲품목허가 등을 일반 기업에서의 납품 계약 등의 수준으로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경영활동으로 판단하고 공시를 강화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일반 투자자의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가 공시를 통해 신속히 제공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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