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도 약도 싫어 … 간단히 피부에 '착'

2023. 9. 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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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바늘 활용 패치형 치료제
제약업계 '마이크로니들' 주목
SK바사·GC녹십자 등 개발중
게티이미지뱅크

주사나 약을 먹지 않고 치료가 되면 어떨까. 먹는 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과 주사를 무서워하는 니들 포비아 환자도 거부감 없이 쉽고 편하게 약을 처방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환자가 약을 편히 복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형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마이크로니들'이다. 마이크로니들은 1㎜ 이하인 미세바늘을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제형을 말한다. 미세바늘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해 약물의 유효성분을 전달한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필요 없이 피부에 간단히 붙이는 것만으로도 기존 의약품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복용 편의성 외에도 약의 유효성분이 피부를 통해 전달돼 소화 기능에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기존 의약품의 불편함을 개선할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평가받는다.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9년 6억2160만달러(약 8195억원)에서 2030년 12억390만달러(약 1조5873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마이크로니들은 주름과 여드름 개선 등 뷰티 분야에 적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당뇨, 비만, 백신, 치매 등 의약품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박정환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교수는 "마이크로니들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에만 침투하기 때문에 기존 바늘에 비해 부상이나 감염 위험이 적어 안정성이 높고 통증과 불편함을 덜 수 있다. 또 피부층에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피부 관련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붙이기만 하면 돼 사용하기 쉬워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도 제품의 복용 및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는 마이크로니들 제형 백신 개발에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패치형 백신은 별도의 냉장 유통 없이 보관과 유통이 용이하며, 기존 근육주사에 비해 빠르고 효과적인 면역원성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고, 자가 접종이 가능해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여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호주 백신 플랫폼 기업 '백사스(Vaxxas)'와 패치형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의 항원을 공급하고, 백사스가 이를 활용해 피부에 붙이는 제형을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허가를 받고 세계보건기구(WHO) 품질인증 심사 중인 장티푸스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 패치형이 첫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미국 백세스 테크놀로지스(Vaxess Technologies)와 패치형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한다. 이들이 개발 중인 백신 'MIMIX-Flu'는 GC녹십자의 인플루엔자 백신 항원(H1N1)을 백세스의 패치 기반 피하 약물 전달 시스템과 결합한 방식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최근 종료된 임상 1상에서 면역반응, 안전성, 용량 절약 가능성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업 라파스와 패치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최근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신청을 마쳤다. 대원제약과 라파스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주사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세마글루티드는 2017년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개발된 약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당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며, 2021년 비만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다. 이 밖에 동아에스티는 당뇨·비만, 보령(옛 보령제약)은 치매, 신신제약은 불면증 치료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하게 의료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교수는 "마이크로니들은 치료 외에도 채혈 검사 등 진단 영역에서 환자의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기존 주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형"이라며 "마이크로니들은 궁극적으로 치료 효과를 높여 환자 치료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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