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가치 잠재력' 폐지방 재활용 언제쯤
연간 80t 버려지는 폐지방
치료제·필러에 활용 가능해도
관련법 개정안 계류돼 '답답'
국내에서 연간 약 80t 규모의 폐지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대구첨복재단)이 분석한 폐지방 재활용 실증사업 보고서 내용이다.
주로 지방흡입술을 통해 배출되는 폐지방은 첨단 의약품, 의료기기, 기능성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재활용이 불가하다. 폐지방이 '의료폐기물'로 구분돼 연구 목적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폐지방은 크게 두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폐지방에서 추출한 지방줄기세포, 그리고 세포조직을 제외한 세포외기질(ECM)이다.
ECM은 조직에서 세포를 제외한 나머지 성분으로 세포가 분비하는 여러 성분의 집합체다. 콜라겐 등 단백질, 세포 성장인자 등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돼 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고 조직 재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폐지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ECM은 희귀질환 치료제부터 창상피복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이 가능해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된다.
김진옥 모닛셀 연구소장은 "폐지방에서 추출한 ECM은 인체 유래 콜라겐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를 활용해서 필러, 창상피복제, 인공피부, 오가노이드(유사장기) 등 다양한 의료기기 형태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학술 연구용 인체 태반 유래 콜라겐은 5㎎당 약 87만원으로 판매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폐지방에서 추출할 수 있는 콜라겐은 1㎏당 약 17㎎이다. 연간 배출되는 80t의 폐지방을 기준으로 연간 136만㎎의 콜라겐을 추출할 수 있고, 이를 환산하면 약 2366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또 대구첨복재단 실증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ECM을 활용해 치료제, 의료기기, 기능성 화장품 등을 제품화할 경우 1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폐지방을 소각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 배출량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방흡입 전문병원 365mc의 경우 연간 약 32t의 폐지방이 발생한다.
김남철 365mc 비만클리닉은 대표원장은 약 10년 전부터 폐지방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왔다. 2019년에는 폐지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벤처기업 모닛셀을 합작 설립했다.
김 원장은 "인체 유래 폐지방은 기존의 화학적인 합성 방법이나 다른 대체재에 비해 훨씬 더 탁월하게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원료"라며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문제와 동물실험 등 불필요한 동물의 희생도 최소화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폐지방의 고부가가치를 인지하고 규제 개정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2020년 바이오헬스 핵심 규제 개선 방안, 10대 산업 분야 규제 혁신 방안 등에 폐지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또 2021년에는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 계획에도 폐자원 재활용 확대 일환으로 폐지방이 포함돼 있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지난해 경제 규제 혁신 과제 중 하나인 '의약품·식품 규제 완화' 일환으로 폐지방이 언급됐다.
그러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야 의원들이 폐기물관리법 개정법률안을 총 네 차례 대표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의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모두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를 알려주거나 또는 추가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어떤 이유로 계류 중인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전했다.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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