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혁신신약 개발 속도 낸다 … 미충족 수요 시장 공략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9. 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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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 'Gen2C' 개소
ADC 기술도입 등 신약개발 범주 확대
황반변성치료제 바이오시밀러도 허가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이 개량신약 개발을 위해 합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종근당이 연구개발비 투자와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대폭 확대하며 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약 12.2%인 1814억원을 투자해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와 같은 첨단바이오의약품과 ADC(항체-약물 접합체) 항암제 등으로 신약 개발 범위를 확대하며 세상에 없던 신약과 미충족 수요 의약품을 타깃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5월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및 차세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이엔셀과 전략적 투자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성모병원에 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 'Gen2C'를 개소하고 기존 방법들로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희귀·난치성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시나픽스와 ADC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 기술 3종(GlycoConnect™, HydraSpace™, toxSYN™) 사용 권리를 확보해 ADC 항암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연구·임상시험과 관련해 산학연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고 국내외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공동 개발도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황반변성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CKD-701)'의 품목 허가를 받아 올해 1월 출시했다. 루센비에스는 라니비주맙을 주성분으로 하는 고순도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로 종근당의 순수 독자 기술인 항체절편 원료제조 기술로 양산돼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에 사용되는 안과질환 치료제다.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이 약물 용출 실험을 하고 있다. 종근당

황반변성은 눈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조직인 황반이 노화와 염증으로 기능을 잃거나 심하면 실명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에 따라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혈관에서 누출된 삼출물이나 혈액이 망막과 황반의 구조적 변화와 손상을 일으키는 습성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종근당은 2012년 바이오시밀러 자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고생산성 균주를 개발하고 라니비주맙 항체 원료의약품의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천안공장에서 제조한 상용화 원료의약품을 기반으로 2018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서울대 병원을 비롯한 25개 병원에서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환자 312명을 대상으로 루센비에스의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임상 3상에서 약물 투여 후 3·6·12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각각 15글자 미만의 시력 손실 및 시력 호전을 보인 환자의 비율과 최대교정시력의 평균 변화, 중심망막 두께 변화 등 지표에서 약물 효능 및 기타 약동학, 면역원성, 안전성 모두 오리지널 약물과 임상적 동등성을 확인했다. 제품이 출시되면 향후 320억원 규모의 국내 시장을 비롯해 2000억원 규모 동남아시아 및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종근당은 바이오시밀러에 그치지 않고 바이오신약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유럽종양학회에서 항암이중항체 바이오신약인 CKD-702의 임상 2상 권장용량을 결정하고 약동학적 특징, 안전성 및 항종양효과를 평가한 임상 1상 파트1 결과를 발표하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CKD-702는 암세포주에서 암의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를 동시에 표적하는 항암 이중항체다. EGFR과 cMET에 동시에 결합해 두 수용체의 분해를 유도하고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또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살상 기능을 발휘하도록 돕는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ADCC)을 일으키는 작용기전으로 표적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이오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종근당은 현재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CKD-702의 임상 1상 파트2를 진행 중이다. 향후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선별된 환자의 치료 효과를 확인해 미충족 수요가 높은 다양한 암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5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국제 말초신경학회에서 샤르코-마리-투스(CMT) 신약 CKD-510의 유럽 임상 1상 및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CKD-510은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를 저해하는 비하이드록삼산(Non-hydroxamic acid)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이다.

발표에 따르면 CKD-510은 건강한 성인 8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1상에서 약물의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이 입증됐다. 약물이 체내에서 일정 기간 어느 정도로 흡수되고 배출되는지를 알 수 있는 체내 동태 프로파일과 용량의 증량에 따른 HDAC6 활성 저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돼 1일 1회 경구 복용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을 확보하고 유럽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CKD-510은 레이트 브레이킹 포스터(Late-breaking poster)로 채택돼 말초신경 분야 전문가들에게 주목받았다. 레이트 브레이킹 포스터는 학회 자료 제출 마감 이후라도 새로운 결과나 해당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결과물일 때 추가적인 발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손과 발의 근육 위축과 모양 변형, 운동기능과 감각기능 상실로 보행이나 일상 생활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허가된 치료 약물이 없다. CKD-510은 2020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8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구두 발표 과제로 채택돼 심방세동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CKD-510의 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CKD-510은 심방세동 환자에게서 일어나는 미세소관 붕괴 억제를 통해 칼슘이온(Ca2+)의 이동을 정상화해 심방세동 부담을 감소시키고 좌심실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심방의 규칙적인 수축이 소실돼 불규칙하게 맥박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관상동맥질환, 고혈압성심질환, 확장성심부전 등 심장질환과 동반된다. 현재 치료제로는 이온채널차단제가 있지만 불충분한 약효와 동서맥, 심실부정맥 등 안전성의 이유로 보다 효과적인 약물에 대한 미충족 요구가 높다.

CKD-510은 비이온채널차단제로서 심장의 리듬 조절과 심박수 조절 치료뿐 아니라 질환의 근본 원인도 개선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심방세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장질환에서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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