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 35세 넘었다면 뼈관리 필수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3. 9. 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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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요즘 건강수명을 향한 관심이 높다.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혼자 거동이 불편한 기간을 뺀 것이 건강수명이다. 건강수명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으로, 평균수명보다 훨씬 중요한 지표로 인용된다.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73.1세로, 평균 기대수명 83.6세(2021년 기준)보다 약 10년 짧다. 다시 말해 죽기 전 마지막 10년 동안 몸이 아파 병상에서 누워 지냈다는 얘기다.

오래 살아도 건강해야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다. 건강수명이 길어야 장수가 축복이다. 아파서 골골하면 장수는 재앙이다.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근육과 뇌도 중요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뼈(골) 전문가인 나카무라 유키오 신슈대 의대 정형외과 특임교수 말을 인용해 "뼈를 튼튼하고 강하게 하면 건강수명을 3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평소 뼈의 고마움을 잊고 살지만 뼈는 하는 일이 많다. 뼈는 뼛속 부드러운 조직인 골수에서 혈액(피)을 만들어낸다. 특히 뼈는 60조개에 달하는 몸 세포에 칼슘을 공급한다. 세포가 활동하려면 산소, 영양분(포도당)과 함께 미량의 칼슘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로 칼슘과 콜라겐으로 이뤄진 뼈는 자기 안에 비축된 칼슘을 조금씩 방출하며 체내 칼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뼈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가장 연약한 장기를 보호하는 것이다. 등뼈와 가슴뼈(흉골), 늑골(갈비뼈)은 흉곽을 형성해 심장과 폐를 보호한다. 엉덩이뼈(장골)는 기다랗고 구불구불한 장을 지탱한다.

뼈는 살아 있는 조직으로 파골(破骨)세포가 오래된 뼈를 부수고 골아(骨芽)세포가 새로운 뼈를 만든다. 온몸 세포와 마찬가지로 뼈도 신진대사를 반복하는 셈이다. 1년 사이에 뼈의 10~15%가 다시 태어나 5~6년이면 온몸의 뼈가 새로 바뀐다고 알려져 있다. 상처가 나면 흉터가 생기는 피부와 달리 뼈는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고 새로 고쳐진 뼈는 원래만큼 단단해진다. 뼈 세기는 골밀도 70%, 골질 30% 비율로 결정된다. 뼈가 부러졌을 때도 곧바로 조골세포가 활성화돼 회복 작업을 시작한다. 물론 젊을수록 회복이 빠르지만 노인이어도 4~6개월 만에 거의 완전히 회복된다.

일본에서 뼈 박사로 잘 알려진 정웅일 도쿄대 교수('장수혁명' 저자)는 "뼈 양은 20~40세에 정점에 달한 뒤 노화와 함께 서서히 줄어들지만 관리만 잘하면 100년 이상 거뜬히 쓸 수있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뼈는 우리 몸 중 100만곳 이상에서 리모델링이 이뤄지며 새롭게 교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뼈는 신생아일 때 총 450개에 달하지만 자라는 동안 뼈가 합쳐져 어른이 됐을 때 206개(208개라는 설도 있음)의 완전한 뼈로 이뤄진다. 이 중 척추는 33개 뼈로 이뤄져 있다. 목뼈(경추) 7개, 등뼈(흉추) 12개, 허리뼈(요추) 5개, 골반(천추) 5개, 미골(꼬리뼈) 4개가 바로 그것이다.

신체 부위별로 보면 발은 뼈 52개와 근육 38개, 관절 60개와 힘줄, 인대로 이뤄져 있다. 손뼈는 좌우 합쳐 54개다. 손목뼈는 8개, 엄지손가락뼈는 3개, 검지부터 새끼까지 손가락뼈는 4개씩 16개이므로 모두 27개, 좌우 합치면 총 54개가 된다. 뼈는 수분 10%, 무기물(인산칼슘이 주성분) 70%, 유기물 20%로 구성돼 있다. 유기물은 약 90%가 섬유상 단백질인 콜라겐이 차지하고 있다. 건축에 비유하면 콜라겐은 철근처럼 유연한 골조로, 골조 주위에 시멘트 역할을 하는 인산칼슘(무기물)이 정착돼 뼈를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뼈가 인산칼슘이라는 무기 성분만으로 만들어졌다면 단단하지만 부러지기 십상일 것이다. 반대로 콜라겐을 중심으로 하는 유기물로만 만들어졌다면 유연하고 부드러워 체중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

뼈는 사춘기에 성인 골량의 90%가 형성되고, 35세를 넘으면서 골량(골밀도)이 서서히 줄어들다가 50세 전후 폐경과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폐경 후 3~5년 동안 골밀도 소실이 가장 빠르게 일어난다. 골밀도 저하는 골다공증으로 이어져 골절에 노출된다. '골다공'은 뼛속에 구멍이 많이 생긴다는 뜻이며, '골다공증'은 뼈 양이 줄어들어 뼈가 가늘어지고 약해져 잘 부러지는 질환을 의미한다.

뼈가 약해지면 척추처럼 체중을 지탱하는 곳이 가장 먼저 변한다. 척추뼈가 약해지면 척추 후만이 변형 또는 압박돼 키가 작아진다. 심한 경우 척추가 체중을 지탱하지 못해 척추 앞부분이 일그러진다. 캄캄한 밤에 노인과 젊은이를 구별하는 방법은 옆에서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젊은이는 꼿꼿이 서 있지만, 노인은 구부정하게 서 있다. 특히 '압박골절'이 생기면 등이 심하게 구부러지고 키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든다. 압박골절은 뼈 강도가 떨어져 척추의 추체라는 부분이 눌리듯이 부러지는 것이다. 압박골절이 무서운 것은 한 곳에 발생하면 주위 뼈에 부담을 주고 다시 골절되는 '골절 도미노'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장수 국가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국민생활 기초조사를 토대로 노년기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뼈와 관련된 요인이 약 20%(골절·넘어짐 12.0%, 관절질환 6.9%)에 달했다. 그 밖에 인지증(치매) 24.3%, 뇌혈관질환 19.2%, 심장질환 3.3%, 고령 쇠약증 11.4% 등으로 나타났다. 뼈가 약한 노인은 살짝 넘어졌을 뿐인데 대퇴골과 골반의 이음새 부근에 있는 대퇴골 근위부가 부러진다. 대퇴골 근위부가 골절되면 누워만 있는 경우가 많으며, 원인의 90% 이상이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 환자 하면 주로 중장년 여성을 떠올리기 쉽다. 남성은 골다공증이나 골절에 대한 위기감이 별로 없지만, 고령의 나이에 골절되면 여성보다 사망률이 높다. 여성보다 남성의 사망 위험이 34배 높으며, 60대가 되면 '골절 사망' 위험이 훨씬 더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극심한 요통을 호소하며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돼 검사해보면 요추 압박골절이 발견된 노인이 적지 않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고령의 남성 환자에게 근감소증이 의심돼 검사해 보라고 권유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100세 시대를 맞아 고령에도 젊을 때처럼 많은 일을 똑같이 누리고 살려면 무엇보다 뼈와 근육 건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골절을 피하려면 이른 시일 내에 골밀도 검사를 받아 치료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적절한 영양 섭취와 운동을 계속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뼈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골다공증 검사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꼽히는 것은 요추와 허벅지 관절(대퇴골 근위부)의 뼈 상태를 측정하는 DXA법(덱사법·이중에너지 X선 흡수 계측법)이다. DXA법은 두 가지 강도의 X선을 사용하는 검사로 정확도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뼈는 하중이 가해져야 강해지기 때문에 운동으로 인한 적당한 충격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18~64세 건강한 사람은 숨이 가볍게 차고 땀이 배는 정도의 운동을 주 60분 이상 하도록 권장된다. 이 정도 운동 습관이 없으면 노화와 함께 근력이 쇠약해지고 뼈도 약해진다.

뼈에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다. 너무 느슨하거나 과격한 운동은 모두 뼈에 좋지 않기 때문에 중간 강도의 걷기 운동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뼈는 근육을 단련해도 강해진다. 뼈와 근육은 상관관계가 있어 하지근육이 늘어나면 뼈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튼튼해진다. 나카무라 교수는 "CT를 찍어보면 근육량이 많은 사람은 골량이 많고, 근육량이 적은 사람은 골량이 적은 경향이 있다"며 "하지근육이 단단히 붙어 있으면 걸려도 넘어지지 않고 골절이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뼈를 튼튼하게 하는 식생활 습관은 △음식을 통해 칼슘을 충분히 섭취 △햇빛을 쫴 비타민D 결핍 예방(식사로 칼슘·비타민D 섭취가 힘들면 영양제 복용을 고려. 칼슘과 비타민D를 동시에 먹으면 혈중 칼슘 농도가 급상승해 부작용이 있음) △식물성 단백질(곡류·콩류)과 동물성 단백질(생선류·육류·달걀·유제품)을 골고루 섭취 △뼈에 칼슘이 침착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K(청국장·유제품에 풍부), 콜라겐 합성을 돕는 비타민C(신선한 채소·과일에 풍부) 섭취 △뼈 형성·유지 역할을 하는 마그네슘이 풍부한 해조류·채소·콩·곡물 등 섭취 △뼈 양을 줄이는 과음 자제 및 금연 등이다. 칼슘은 우리 몸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물질이어서 반드시 음식에서 충분한 양을 섭취해야 한다. 하루 평균 칼슘 섭취 권장량은 600~700㎎이지만 한국인은 권장량의 58.1%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슘이 풍부한 음식은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비롯해 말린 정어리, 멸치, 뱅어포 등이다. 식물성 식품인 두유, 대두, 깨, 유채나물에도 칼슘이 많다.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 청량음료 등에는 인산이 대량 들어 있어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게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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