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마음 건강 적신호···63%가 ‘우울’, 6명 중 1명은 ‘극단선택 고민’
교사 63% 우울 증상…업무 스트레스도 고위험
학부모 상담 많을수록 우울·극단선택 위험↑
교사 중 절반 이상이 우울 증상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구체적 계획을 세운 적 있다는 교사도 10명 중 2명꼴로 일반 성인집단보다 최대 5배가량 많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녹색병원은 5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 교사 직무 관련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사 및 특수·상담·사서교사 350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4%가 우울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가벼운 우울 증상’이 24.9%, ‘심한 우울 증상’이 38.3%였는데, 이는 일반성인보다 4배 이상 많은 비율이다. 녹색병원에 따르면 이번 실태조사와 같은 도구로 진행한 일반성인 대상 연구에서 심한 우울 증상 유병률은 9.0%였다.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유치원 교사(49.7%)가 가장 높았다. 초등교사(42.7%), 특수교사(39.6%), 중등교사(31.5%)가 뒤를 이었다.
학부모 상담 횟수가 증가할수록 교사들의 우울 증상도 늘었다. 학부모 전화 상담이 주 10회 이상일 때 60.8%, 방문 상담이 월 10회 이상일 때 50.7%의 응답자가 심한 우울 증상을 느꼈다. 윤 과장은 “교사는 폭력을 경험하는 게 원래 업무가 아닌 데다가, 주변의 관리와 훈련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무방비로 (위험 상황에) 노출되면 만성 질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사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비교적 안정적인데 정신건강은 이례적으로 나빴다. 윤간우 녹색병원 과장은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군임에도 이렇게 정신건강 수준이 나쁘다는 건 업무 상황에서의 위험이 크다는 뜻”이라며 “일반 산업에 비해 제도적 장치나 사업주의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한 교사도 많았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16%였다. ‘자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 적 있다’는 응답도 4.5%였다. 이는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한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보다 훨씬 높다. 최근 5년간 일반 인구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비율은 3.0~7.0%, ‘자살을 계획한 적 있다’는 비율은 0.5~2.0% 수준이었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경향도 학부모 상담 횟수에 비례했다. 전화상담 횟수가 주 10회 이상일 때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비율이 24.2%로 가장 높았다. 학생·학부모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거나 계획한 비율(24.4%)도 그렇지 않은 경우(10.1%)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교사들의 업무 요구에 대한 평균 스트레스 점수는 남성 68.2점, 여성 74.5점으로, 전국 노동자 점수의 상위 25% 기준치(남성 58.4점, 여성 62.26점)보다 매우 높았다. 연차별로는 15~25년 차 교사의 스트레스 점수가 가장 높았다(78.14점). 또, 담임·학교폭력·생활교육 업무를 담당한 교사일수록 스트레스 점수가 높았다.
학교 내 폭력을 경험한 경우도 절반이 넘었다. 응답자의 66.3%가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신체 위협·폭력과 성희롱·폭력 경험 비율도 각각 18.8%, 18.7%였다. 언어폭력 가해자는 학부모(63.1%)가 가장 많았고 학생도 절반 이상(54.9%)이었다. 윤 과장은 “대부분(노동자가) 일하면서 언어폭력 경험은 5% 정도, 실제 물리적 피해를 보는 정도는 1% 미만인데, 실제 교사가 받는 폭력의 피해는 일반직군 노동자들보다 훨씬 많더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가장 큰 부담을 호소한 업무는 학부모 상담 및 민원(37.5%)이었다. 학생 생활지도 및 상담이 28.4%로 뒤를 이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철저한 지원과 시스템 마련이 잇따르는 교사의 죽음을 멈출 수 있고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교육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교사들이 위험에서 벗어날 권리, 위험을 피할 권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악성 민원 등이 있으면 그 자리를 피하고 상당 기간의 휴식을 주는 것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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