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거리두기’ 사우디 친중 노선에…중국 대기업들 줄줄이 사우디 行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9. 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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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집중 제재 받는 중국 화웨이,
사우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개설
‘세계 2위 태양광기업’ GCL테크,
첫 해외공장 건설지로 사우디 낙점
사우디, ‘일대일로’ 파키스탄에
250억달러 오일머니 투입 예정
러시아와 원유 감산 합의 앞둬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가 수도 리야드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사진=사우디 외무부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한 때 중동 내 미국 최대 우방으로 꼽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간 밀월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온라인 서비스 확장을 위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개설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밖에 세계 2위 태양광업체인 중국 GCL 도 첫 해외 공장 건설지로 사우디를 낙점하는 등 중국과 사우디 간 밀월 외교가 나날이 눈에 띄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의 안와르울하크 카카르 과도정부 총리는 사우디가 향후 2∼5년에 걸쳐 최대 250억 달러(약 33조원)를 파키스탄에 투자할 것이라고 같은 날 밝혔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오랜 시간 대립하면서 친중 노선을 걸어온 ‘일대일로’ (중국의 경제·군사 영토 확장 정책) 가입 국가다.

화웨이는 리야드에서 중동 지역 첫 데이터 센터를 열었다고 4일 밝혔다. 스티븐 이 화웨이 지사장은 “화웨이 클라우드 구현은 중국 기업과 사우디를 잇는 가교”라고 언급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는 중국 최대 이동통신장비업체다. 화웨이는 앞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자체 생산한 첨단 반도체가 적용된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깜짝 발표해 건재를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훔치기 관행 등을 문제 삼아 지난 2019년부터 화웨이를 집중 제재해왔는데, 화웨이는 신제품 출시에 이어 사우디 데이터센터 개설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GCL 주가 최근 한 달 흐름
첨단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산업인 재생 에너지 부문에서도 사우디와 중국 간 교류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중국 GCL테크놀러지의 란 티엔시 CEO 는 4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연간 12만 톤(t)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공장 설립과 관련해 사우디 왕실을 비롯한 당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GCL은 이미 사우디 내 사업 등록을 신청했으며 이르면 2025년부터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GCL의 사우디 공장 설립 계획은 중국이 미국의 견제에 대비해 중동과의 에너지 공급망 협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지난 해 12월 사우디를 방문해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을 강조했고, 지난 달에는 브릭스 포럼에서 사우디를 비롯해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석유 수출국의 브릭스 합류를 적극 추진한 바 있다.

한편 같은 날 4일, 파키스탄의 카카르 총리는 수도 이슬라마바드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우디가 직접 투자 형식으로 파키스탄의 광업과 농업·정보기술(IT) 부문을 지원할 것”이라면서 투자 규모가 최대 2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카카르 총리 발언대로라면 이는 파키스탄에 대한 사우디의 역대 최대 규모 투자다.

사우디는 파키스탄의 오랜 동맹국이자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중국 일대일로 가입국가다. 파키스탄은 중국 일대일로 국가 중에서 중국과 ‘전천후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을 정도로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사우디 역시 지난 해 12월 시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하던 당시 중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올해 6월 이후 브렌트유 선물 시세 추이. 사우디는 올해 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에 들어간다고 지난 6월 밝혔으며, 업계에서는 사우디가 이 같은 감산 기조를 오는 10월까지 연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CME
한편 사우디는 원유 공급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멕시코 등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 합의에 나섰다. 결과는 수일 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자발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bpd) 감산하기로 한 조치를 오는 10월까지 연장할 것이며 러시아도 연달아 원유 수출을 줄이는 데 동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그간 미국이 감산 중단을 요구해온 것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글로벌 금융사 BTIG는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공급 축소 움직임 탓에 유가가 배럴당 90~93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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