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이 그리 대단해?” 루이비통 가방보다 비싸게 팔더니 회사도 대박쳤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비만약이 명품 가방보다 비싸다고?”
사실이다. 루이비통 가방 대표 제품 가격은 약 400만원대. 최신 비만치료제 약값은 한 달만 해도 약 177만원. 통상 1년 가량 치료받기 때문에 약값은 2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그래도 불티 나게 팔린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비만약 열풍이다. 실제 회사 가치에도 반영돼 있다. 비만약 개발 회사의 시가 총액이 전통적인 1위 강자,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까지 제쳤다. 유럽 내 1위 기업이다.
비만약이 마치 삼성전자 반도체처럼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효자 상품까지 됐다. 바로 덴마크 당뇨·비만 치료제 개발 기업 ‘노보노디스크’다.
외신 및 금융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 시총은 지난 1일 기준 4210억달러를 기록했다. 한화 약 555조원이 넘는 돈이다.
한때 프랑스 명품 기업 LVMH의 시총(4209억달러)까지 앞질렀다. LVMH는 유럽 내에서 전통적인 시가총액 기업규모 1위를 자랑한다.
이후 다시 1, 2위 순위가 바뀌기도 했지만, 업계에선 언제든 노보노디스크가 LVMH의 시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LVMH 주가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루이비통의 대표 가방 ‘방돔’ 제품 가격은 약 400만원대. 반면 노보노디스크의 최신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미국 기준 한달 약값이 177만원, 1년이면 2000만원이 든다. 제품 가격만으로 비교해 본다면 비만치료제 가격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날 노보노디스크가 기록한 시총 규모는 노보노디스크가 속한 덴마크 국내총생산(GDP) 규모인 4060억달러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덴마크는 노보노디스크 외에도 블록회사 레고, 해운회사 머스크 등 세계적 기업들이 있다. 최근 덴마크 내에선 노보노디스크의 역할이 가장 크다. 지난 1/4분기 덴마크 경제성장률 1.9%에서 노보노디스크가 차지한 비율은 1.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보노디스크의 이런 폭풍 성장 배경엔 몇 년 새 개발한 비만치료제의 폭발력 덕분이다. 1923년 설립된 노보노디스크는 원래 인슐린과 같은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해 왔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약물은 ‘GLP-1 유사체’라고 하는데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체내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이것이 혈당을 조절해 당뇨병 치료에 쓰였는데 이를 투약한 환자들에서 식욕감퇴, 포만감 증가 등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자 회사는 본격적인 비만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
회사는 2017년 ‘삭센다’로 비만치료제 시장을 열었다. 이어 2018년 ‘오젬픽’을 출시했고 가장 최근인 2021년에는 ‘위고비’를 내놨다. 이 제품들은 모두 비만인들의 선택을 받으며 매출이 고공 행진 중이다.
위고비의 2분기 판매량은 7억3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배 증가했고 오젬픽 매출도 약 21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보다 59% 증가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삭센다는 절반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위고비는 주 1회 투여라는 편의성에 더해 일론 머스크, 킴 카디시안 등의 다이어트 약으로 유명세를 타며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위고비 임상시험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발표까지 나오며 안그래도 잘 팔리는 비만약 성장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만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비만약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배경 덕에 노보노디스크는 2018년 이후 현재 주가가 4배 이상 폭등했다. 상반기 노보노디스크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156억달러(20조원), 영업이익은 32% 증가한 71억달러(9조원)를 기록했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28억달러(약 4조원)에서 2028년에는 167억달러(약 23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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