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급등에 추석 낀 9월 물가도 걱정… 성수품 물가 복병은 ‘사과·배’

세종=박소정 기자 2023. 9. 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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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로 다시 올라선 8월 물가, 농산물 한몫
농산물 1년새 5%대 상승… 체감 물가도 올려
한은 “추석 있는 9월, 8월보다 다소 높을 것”
물가당국, 평년보다 비싸진 사과·배 ‘예의주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농산물 가격 급등 여파로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3분기(7~9월)는 폭염·호우 등 계절적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감안한 시장의 기대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추석 명절이 낀 9월 물가는 이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당국은 20대 성수품 가격을 작년 명절보다 5% 싼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봄철 저온·서리 피해로 생산이 줄어든 사과와 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사과와 배 등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뉴스1

◇ 8월 농산물 물가 1년 전比 5.4% 상승

통계청이 5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 지수는 119.9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5.3% 상승했다. 축산·수산물보다는 농산물 가격이 상승 폭을 더욱 키운 모습이다.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5.4% 올랐다.

7월 2.3%에 그쳤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3.4%로 1.1%포인트(p) 높아졌는데, 주로 기여한 항목 중 하나가 농산물이었다. 박창현 한국은행 물가동향팀장은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8월 물가 상승 폭을 키웠다”며 “특히 농산물은 7월 중순 이후 집중 호우와 태풍 영향으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먹거리 가격이 오르니 체감 물가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전체 품목 중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에 민감한 품목들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했다. 특히 이를 구성하는 항목 중 식품 물가가 4.7% 올라 전체 체감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런 물가 상승 흐름은 추석 성수품 수요 증가로 인해 9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9월에도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10월 이후에는 농산물 가격도 계절적으로 안정되면서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블로그에 5일 게재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등 요인과 향후 흐름' 게시글 내용 중 일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동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 석유류 가격(가운데)과 농산물 가격(오른쪽)의 추이다. /한은 제공

◇ 9월 물가 더 높을 듯, 요주의 품목은 사과·배

정부는 추석 명절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물가 안정책을 내놨다. 추석 3주 전인 오는 7일부터 명절 연휴 전날인 오는 27일까지 20대 성수품의 평균 가격을 지난해 같은 기간(추석 전 3주) 대비 5% 이상 저렴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것이다. 품목은 배추, 무, 사과, 배, 양파, 마늘, 감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밤, 대추, 잣, 명태, 오징어, 갈치, 참조기, 고등어, 마른멸치다.

이 중에서도 물가당국이 가장 신경 쓰는 품목은 사과와 배다. 올봄 발생한 이상 기후 때문에 크기와 모양이 좋은 상품(上品)을 중심으로 사과·배의 가격이 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봄철 높은 기온으로 사과·배 등 개화 시기는 3월~4월 초로 앞당겨진 바 있다. 그런데 개화 이후 이상 저온과 서리 피해를 보면서 출하량이 예년보다 줄었다.

이미 낌새는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사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0.5% 올라, 전체 농축산물 품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사과(홍로·상품) 10㎏ 평균 도매가격은 8만4800원으로, 1년 전(5만3025원)과 평년(5만1038원)보다 비쌌다.

배는 이달 들어 가파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날 기준 배(원황·상품) 15㎏ 평균 도매가격은 5만6780원인데, 일주일 전(5만4280원)과 비교해 벌써 2500원이나 올랐다. 배 역시 1년 전(4만4575원)과 평년(4만6844원)에 비해 가격이 높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추석을 앞두고 ‘수급안정대책반’을 구성해 성수품 수급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 중이다. 정부는 14만9000톤(t)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성수품을 공급해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한편, 예산을 투입해 농축산물 할인을 지원하고,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면 온누리상품권으로 일정 금액을 환급해 주는 등의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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