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윤활유 독자 개발…54조 전력 효율화 시장 잡겠다”
[전기차]
국내 정유사들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윤활유' 사업 전략을 고심하는 가운데, 에스케이(SK)엔무브가 자사 브랜드 지크(ZIC)를 전력 효율화 사업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내연기관 엔진오일을 넘어서 전기차나 데이터센터 등 전력 효율화를 위한 유체(플루이드)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것이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에스케이엔무브는 5일 ‘지크 브랜드 데이'를 개최해 “국내 최초 윤활유 브랜드로 출발한 지크는 앞으로 미래에너지 핵심인 전력 효율과 관련된 모든 ‘유체’(플루이드·액체와 기체와 기체를 아우르는 용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기존 윤활유 사업을 전기차 윤활유나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으로 확대해 ‘지크 이플로’(ZIC e-FLO) 브랜드 아래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활유는 쉽게 말해 기계 사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바르는 기름을 말한다. 원료가 되는 윤활기유에 첨가제를 혼합해 만든다. 자동차 엔진오일부터 항공·선박·공업용 기계 전반에 사용되는데 자동차용이 그중 30% 안팎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자동차 윤활유 시장은 축소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엔진오일과 다르게 전기차 윤활유는 모터를 냉각하고 기어의 마찰 저항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그 사용량이 내연기관차보다 대폭 줄어드는 데다 교체 주기도 반영구적이다.
엔무브쪽은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반박한다. 박상규 에스케이엔무브 사장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윤활유 수요가 꺾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전기차도 전비(내연기관차 연비와 같은 개념)를 향상시키는 윤활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지난해 발표와 엔무브 자체 추산에 따르면, 2040년 전기차 비중은 전체 자동차 절반(48%)가량을 차지하고 이에 따라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도 12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 전기차용 윤활유를 개발·공급해온 엔무브는 독자 개발한 윤활기유(윤활유 원료) 품질 경쟁력과 안정적 공급 능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엔무브는 전력 효율화 시장의 다른 미래 먹거리인 ‘열관리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윤활기유를 원료로 냉각유를 개발해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액침냉각은 냉각유에 데이터 서버 등을 담가 달아오른 열을 냉각시키는 열관리 기술로, 찬 바람을 씌워 열을 식히는 공랭식에 견줘 전력 효율을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 엔무브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 지알시(GRC)에 2500만 달러 지분투자를 진행하면서 이제 막 개화하는 액침냉각 시스템 시장에 본격 발을 들였다.
에스케이엔무브는 전기차 윤활유 시장(12조원)에 액침냉각 시장 자체 전망(42조원)까지 더하면, 2040년 전력 효율화 시장이 54조원 규모로 성장하리라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열관리를 통한 전력 효율 증대가 미래 핵심 비즈니스 영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무브는 그 외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열관리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윤활유' 사업에 대한 정유사의 고민도 깊어지는 흐름이다. 2021년 에쓰오일(S-OIL)은 세븐 이브이(EV), 지에스(GS)칼텍스는 킥스 이브이(EV) 등 전기차용 전용 윤활유 브랜드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전기차용 윤활유의 산업 표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는 등 시장이 성숙하지는 않은 상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가솔린 차량은 엔진오일 교환 등으로 애프터마켓 시장의 볼륨(규모)가 큰 편이나, 전기차는 윤활유가 들어가는 양이 너무 적고 한번 들어가면 유지 보수할 거리가 없기 때문에 시장이 작다고 보여서 적극적으로 진출하기에는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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