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4% 상승에 '화들짝'···블로그에 '일희일비 말자' 글 올린 한은 [조지원의 BOK리포트]
한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자료 내고 백블에 블로그까지 올려
작년 7월 물가 6.3%일 때도 없던 일
시장선 “일시 급등···정책 영향 없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6월(2.7%)과 7월(2.3%)보다 큰 폭 반등하면서 3%대로 진입했다. 시장 컨센서스(2.8%)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추경호 부총리 등이 앞서 8월 이후 물가가 3%대로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시장에서도 다소 높은 수준이나 이는 일시적인 물가 급등으로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은은 시장 불안을 우려하듯이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을 하고 홈페이지에 블로그를 올려 8월 물가를 긴급 진단했다. 현재 물가가 예상했던 수준이고 연말로 갈수록 기조적으로 둔화할 것이란 내용을 반복해 설명했다. 통계청이 매달 초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지만 한은이 이 정도로 대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물가가 가장 높았던 지난해 7월(6.3%)에도 없던 일이다.
이날 한은은 블로그에서 “한두 달 움직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봐야 한다”라고 했으나 오히려 한은이 누구보다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5일 오전 8시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4%라고 밝혔다. 물가가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진입한 것이다. 물가 발표 직후인 이날 오전 8시 20분 한은은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물가 흐름을 점검했다. 물가 상황 점검회의는 물가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4월 이후 통계청의 물가 발표 때마다 열렸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한은은 오전 9시로 예정돼 있던 ‘2분기 국민소득’ 설명회가 끝나자마자 물가 상황 점검회의 보도참고자료 백브리핑을 열었다. 이정익 물가고용부장은 갑작스럽게 백브리핑을 연 배경에 대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기대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연락을 너무 많이 받아 (기자실로) 내려와 설명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 30분엔 홈페이지에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등 요인과 향후 흐름’ 블로그를 게재했다. 한은이 블로그에서 특정 월의 물가 상승률에 대해 별도로 짚은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분주한 움직임과 달리 한은의 설명은 8월 물가 3.4%는 예상하던 전망 경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상승 폭도 예상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가 예상했던 대로 나왔는데 이를 굳이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먼저 물가 상황 점검회의 보도자료에서 김웅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중 3.4%로 반등했는데 이는 기저효과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8월 경제전망 당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지만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 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백브리핑에서도 박창현 물가동향팀장은 “8월 소비자물가가 3%대로 높아진 것은 경제 전망이나 블로그에서 밝힌 바 있고 전망 경로(path)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연간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8월 물가에서 석유류나 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른 것이 전망보다 높은 수준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별도로 전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8월 중 모니터링할 때 상승하는 패턴이 나타났고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전망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승 폭이 커졌다”라며 전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9월 물가가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9월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남아 있는 데다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도 기상여건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추석 수요 등으로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10월 이후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져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엔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돼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박 팀장은 블로그를 통해 “향후 물가 움직임이 평탄하지 않을(bumpy) 수 있지만 지난 2년에 비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하면서 기조적으로는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물가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겠으나 한두 달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다만 예상보다 높은 물가에도 시장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로 1.0% 오른 것은 2017년 1월 이후 5년 7개월 만에 처음이지만 추세적인 물가 상승이 아니라 단기적인 급등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이 8월 물가가 3%를 넘을 수 있다고 수차례 언급한 것에 비해 시장 컨센서스(2.8%) 자체도 낮았다. 전날과 비교하면 오전 중 채권 금리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 채권 금리는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 등 대외 여건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이날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물가 급등이 한은의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일시적 급등 영향이 강하며 경기 부담과 금융 불안 때문에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것은 시장과 한은 모두 알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재균 신한은행 연구원 역시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세에도 8월 CPI 결과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일으킬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한은의 예상 경로에 크게 벗어나지 않아 추가 통화 긴축을 고려할 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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