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탁구 결승 진출! ‘지구 최강’ 중국과 마지막 승부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
[OSEN=손찬익 기자] 한국 여자탁구가 2023 제26회 ITTF-ATTU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결승에 진출했다. 대회 3일차인 5일, 강원특별자치도 평창돔에서 열린 단체 4강전에서 홍콩을 3대 0으로 일축했다.
경기 전부터 한국에 운이 따랐다. 한국선수들에게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여 왔던 홍콩 에이스 두호이켐(세계랭킹 32위)이 손목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홍콩은 19세의 어린 선수 리호이만 카렌(세계178위)과 ‘2장’ 주청주(세계55위), 그리고 이제는 폼이 많이 떨어진 노장 리호칭(세계108위)이 주전으로 나섰으나 한국의 3인방에게 적수가 되지 못했다.
오광헌 한국대표팀 감독은 수비전형에 약점을 보이는 홍콩의 빈틈을 찾아 노장 수비수 서효원(한국마사회‧36, 세계61위)을 주전으로 먼저 기용했다. 서효원은 기대대로 리호이만 카렌을 3대 0(11-8, 11-7, 11-)으로 간단히 제압했다. 리호이만 카렌이 백쪽 핌플러버를 무기로 간간히 날선 공격력을 선보였으나 노련한 서효원이 차분하게 이겨냈다.
신유빈(대한항공‧19, 세계9위)과 주청주의 2매치는 양 팀의 에이스 매치라는 점에서 전체 경기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주청주는 두호이켐의 역할을 채우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졌고, 포어 백 모든 랠리에서 우위를 점한 신유빈이 역시 3대 0(11-6, 11-8, 11-7)의 완승을 거뒀다. 한국이 승부처를 완벽하게 지켜내며 승기를 장악했다.
그리고 전지희(미래에셋증권‧30, 세계33위)와 리호칭이 3매치 최종전을 벌였다. 전지희와 리호칭은 서른 살 동갑내기다. 그런 만큼 국제무대에서 자주 만났다. 전지희는 처음부터 리호칭에게 자신감을 갖고 나왔다. 이전까지 국제무대 상대전적 7전 7승이었다. 테이블 가까이에서 몰아치는 전지희의 왼손 공격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작렬했고, 리호칭은 다시 물러섰으며, 경기는 전지희의 3대 0(11-7, 11-9, 14-12) 승리로 끝났다.
아울러 전체 승부도 한국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전날 조금 힘들게 치렀던 태국과의 8강전에 비해 4강전에서 오히려 손쉬운 경기를 펼쳤다. 한국의 ‘9대 0’ 완승까지 약 한 시간 반이면 충분했다. 경기 직후 선수들은 “전날 경기에서 약간 고전했기 때문에 조금 더 단단한 각오로 나왔다. 생각대로 잘 풀려서 좋다”고 환한 표정으로 소감을 전했다. “단체전 마지막 경기를 결승으로 치를 수 있게 된 것도 기쁘다”면서 “중국전은 승패를 떠나서 후회 없는 경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지난 2021년 카타르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 상대는 달라졌다. 도하에 오지 않았던 중국이 평창에서는 결승에 선착해 있다. 중국은 한국과 홍콩의 4강전에 앞서 열린 또 하나의 4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에 완승을 거뒀다. 순잉샤(세계1위), 첸멍(세계2위), 첸싱통(세계3위)이 세계랭킹 순서대로 나와 하야타 히나(세계7위), 히라노 미우(세계14위), 이토 미마(세계8위)를 간단히 돌려세웠다. 일본의 ‘추격자’들도 중국의 ‘탁구장성’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홈그라운드라고는 하지만 그야말로 ‘지구대표팀’에 가까운 최강팀을 상대해야 한다.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부담도 긴장도 더 클 수 있다. 잘 극복해주고 있는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중국전에 대해서는 “홍콩전 이전부터 이미 중국전을 대비하고 있었다. 세계 최강자들과 쉽지 않은 승부가 되겠지만 물러서지 않고 싸우겠다. 관전 포인트를 말하자면 ‘공격’이다. 수비적으로 상대해서는 이길 수 없는 선수들인 만큼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광헌 감독은 “전날 경기 끝나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아질 거라고 얘기했었다. 그리고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다음 경기도 이번 경기보다 나아질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한국 여자탁구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88년과 1990년 대회에서 2연패한 것이 유이한 전적이다. 이후로 30년이 넘도록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홈그라운드에서 2회 연속 결승 진출 기록을 세운 대표선수들은 잠시 뒤인 5일 오후 7시 ‘지구 최강팀’을 상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시작한다. 중국팬들의 ‘짜요’를 넘어서는 한국팬들의 응원도 절실한 시점이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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