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메디컬 기업들, 천 년의 보고(寶庫) ‘동의보감’에 왜 관심 두나
정부도 ‘천 년의 보고’ 동의보감 현대화 추진…천연물 신소재 시장 선점 위해 2013년부터 국가 주도로 10년 간 ‘유전자 동의보감’ 사업에 1500억여 원 지원
뉴메드, ‘동의보감소재은행’ 운영하는 경희한의대와 공동 연구로 효과적인 신물질 개발…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에서 운동 협응, 감각 운동 통합 기능 향상 관찰
애엽(쑥)으로 만든 동아ST 위염치료제 ‘스티렌’ 리뉴얼, 위령선 등 생약 성분으로 만든 SK케미칼 골관절염 소염진통제 ‘조인스’도 동의보감에서 종의 기원 찾아
첨단 기술 개발 역량을 갖춘 메디컬 기업들이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다중 기전의 약재 효능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동의보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 업체는 약재(천연물)의 효능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동의보감’이 오랜 시간 인체 임상 연구를 거친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메디컬 기업들이 ‘동의보감’을 가지는 또 다른 배경으로 천연물 신약은 제대로 개발하면 연간 매출 100억 원 이상을 올릴 수 있으며, 국가도 천 년의 보고(寶庫) 동의보감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통 천연물의 작용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는 바이오 IT 융합기술을 연구, 개발할 목적으로 ‘유전자 동의보감’ 사업을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추진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천연물 산업의 글로벌 시장은 2011년 187조 원에서 올해 423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천연물 신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책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된 ‘유전자 동의보감’ 사업에 정부는 2012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10년간 총사업비 1,554억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동의보감을 포함한 전통 의학 지식을 첨단 생명공학 기술로 분석해 독창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었고, 천연물 소재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전자 동의보감’ 사업의 일환으로 ‘동의보감소재은행’을 운영하는 경희한의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천연물 연구개발 기업 뉴메드는 동의보감 등 전통 문헌에서 약재의 효능을 찾아 효과적인 신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경희한의대, 가천한의대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아직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특발성 저신장과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을 연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의 신경세포가 사멸한 동물 모델에서 대조군 대비 운동 협응, 감각 운동 통합 기능 향상을 관찰했다.
이 공동 연구진은 단일 연구진으로서 천연물 성장 촉진 효과에 대해 20여 년간 10편의 SCI 논문을 출판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논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성장 연구에 근간이 된 것은 전통 문헌에서 효능을 찾아 황기와 가시오갈피 등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개발한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HT042)이다. 연구진은 동의보감에 ‘기가 허하여 나는 식은땀[盜汗]과 저절로 나는 땀[自汗]을 멎게 하고 어린이의 온갖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소개된 황기의 효능에 주목하고 이를 400여 회의 실험과 어린이 대상 두 차례의 임상 연구를 통해 기능성을 밝혀냈다.
동의보감에서 ‘애엽(艾葉)’으로 일컫는 쑥 성분으로 만든 동아ST의 위염 치료제 스티렌은 현재 리뉴얼까지 준비하며 국내 천연물의약품 개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애엽은 맛이 쓰고 성질이 따뜻해 오장의 좋지 않은 기운과 풍습을 다스려 장기 기능을 강화한다’고 문헌에 보고됐다. SK케미칼의 골관절염 소염진통제 ‘조인스’도 동의보감에 항염, 진통, 연골세포 보호 효능으로 보고된 위령선 등 약재로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유전자 동의보감 사업처럼 전통 의학 지식 데이터베이스의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천연물을 활용하면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라며 “의약품 개발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R&D 비용 절감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수 천 년에 걸쳐 누적된 한의약의 소중한 임상 정보가 담긴 ’동의보감‘은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 유산으로도 등록되는 등 미래의 의학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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