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 카카오 손잡는 이유

김동훈 2023. 9. 5. 1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단골시장' 프로젝트
'카톡 채널' 활용해 활기 찾아
디지털 튜터로 실효성 높여
미트프라임의 주성훈(왼쪽), 손미경 사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비즈워치

[대전=김동훈 기자] "'카카오톡 채널' 생각에 24시간 내내 머리가 너무 깨질 듯이 아파요. 상품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저희 채널을 자주 보실까. 채널에 완전 흠뻑 빠져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봤는데, 울산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집에서 먹어보고 싶다고. 손님들 반응이 있어서 저도 되게 많이 놀랐어요."

대전 태평전통시장에서 남편과 함께 정육점을 운영하는 손미경 사장은 "영양사를 하다가 4년 전 우연한 계기로 정육점을 열었는데, 아무래도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연세 드신 분이 많았다"며 "카카오 덕분에 젊은 연령층 손님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손 사장이 카카오톡 채널을 열고 다양한 지역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배경은 태평전통시장이 지난 7월 카카오의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다. 이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단골 손님을 만들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생 프로그램으로 올해 전국 100개 시장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대전 태평전통시장에 카카오의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가 도입됐다./사진=비즈워치

지난 1일 오후 방문한 손 사장의 정육점도 그랬지만 이날 태평전통시장 곳곳은 카카오의 노란색 캐릭터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손님들은 인기 캐릭터 '춘식이'와 '라이언'이 담긴 부채, 장바구니를 손에 쥐고 시장을 누볐다. 상인들은 앞치마에 카카오 캐릭터 배지, 와펜 등을 부착하고 분주히 시장을 오갔다. 상점 앞에는 '카톡 채널 추가하고 단골이 되어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리플렛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이용수 태평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아직은 손님들이 엄청 많이 늘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온라인에서도 손님을 모을 수 있게 됐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손님을 온라인으로도 유도할 수 있게 됐다"며 "점포 모습을 카카오톡 채널에 올리게 되면서 상인들이 인테리어를 바꾸기도 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는 자격증을 보유한 '디지털 튜터'를 투입했다. 상인들이 채널 개설부터 실제 운영까지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였다.

태평전통시장에서 27년 동안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강주 사장은 이런 교육의 혜택을 톡톡히 받은 상인이다. 올해 69세라는 이강주 사장도 "핸드폰은 좋은 거 갖고 있는데 사진 찍기, 카톡 보내기만 했다"며 "교육을 받으면서 손님들과 소통하고 상품도 소개해보니 새로운 점포를 핸드폰에 낸 것 같아 더 열심히 반찬을 만들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정말 신비한 세계"라고 했다.

디지털 튜터 황재이 씨가 이강주 사장에게 카카오톡 채널 운영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비즈워치

카카오와 손잡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디지털 튜터들은 남다른 인내심과 열정으로 상인들을 교육하고 있다. 대부분 가게가 1~2명으로 운영되는 까닭에 집체교육도 불가능하고, 상인 대부분이 고연령이면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인들이 그동안 경험한 디지털 교육은 특별한 효과가 없었다는 인식도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워도 딱히 실제 상황에 의미 있는 도움이 되진 않았고 반복적인 교육도 아닌 까닭에 교육 과정이 끝나면 대부분 잊어버린다는 얘기다.

그래서 디지털 튜터들은 상인들과 친분을 쌓는 것부터 시작했다. 태평전통시장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튜터 황재이 씨는 "교육을 진행하는 첫 주는 상인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떡과 과일을 돌리며 친분을 쌓는다"며 "친분을 쌓고 시작하면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적극적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수 태평전통시장 상인회장도 거들었다. 그는 "저도 '상인대학'만 3번 졸업했고 온라인 교육도 무수히 받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배운 걸 써먹으려고 하면 만져지지 않는 교육이 많았다"며 "카카오의 교육은 그런 게 아니었다. 디지털 튜터분들이 상인들 사이에 잘 스며들어 '또 교육을 해?'라던 상인들의 마음을 열었고 교육을 통해 매출 성과도 내게 하면서 진짜 교육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친분을 쌓은 뒤엔 상인들의 디지털 역량을 파악해 맞춤형 교육이 진행된다. 채널 개설까지 이뤄지는 교육 2~3주차 이후엔 글쓰기와 사진 촬영하는 방법까지 세심하게 챙긴다. 전체 교육 기간인 6주차까지 가는 과정에서 미션 수행에 따른 보상도 제공하는 등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황재이 디지털 튜터는 "마치 게임처럼 포스트 작성을 몇 번 하면 카카오 캐릭터가 있는 와펜을 드리고 단계별 미션을 달성할 때마다 앞치마, 부채, 광고 물품 등을 드리는 식으로 동기부여 요소를 넣어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이용수 태평전통시장 상인회장(왼쪽)이 비즈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비즈워치

태평전통시장은 카카오와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길 희망했다. 시장을 주로 찾는 손님들은 50~60대이지만 카카오톡은 전연령대가 이용하는 대중적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태평전통시장 채널을 구독하는 카카오톡 친구도 한 달 만에 750명이 됐다. 시장을 찾는 유동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라고 한다.

이번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김유환 씨는 "채널 개설뿐 아니라 그 안에서 주문·결제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며 "태평전통시장은 배송 차량도 준비해 근거리 배송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고 했다.

이용수 상인회장은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대형마트도 빠르게 온라인으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전통시장이 다른 방식의 수익 창출에 대해 고민하고 최적의 플랫폼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전국민 누구나 다 쓰는 카카오톡은 시장을 찾는 어르신들께도 상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해 이번 공모 사업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카카오에 대시했다"며 말했다.

카카오는 6주 교육을 종료한 뒤에도 2주간 후속 지원에 나선다. 오픈채팅방을 열어 비대면으로 질문에 답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더욱 고도화할 방침이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