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협력, 어디까지 갈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러시아 관계의 향방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측의 무기 거래설과 합동군사훈련 가능성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추진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뉴스 가운데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지난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북러 관계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당시 양측은 여러 국제 현안에 대해 "견해 일치"를 봤다며, 관계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을 이룬 바 있다.
당장 관심의 초점은 무기 및 군사 기술의 거래로 모아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 도입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이 러시아의 전략 및 첨단 무기 기술 이전에 관심을 갖고 있을 개연성도 있다.
언론에선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가 미사일 경보 정보를 북한과 공유하거나 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냉전 시대부터 최첨단 감시·정찰·추적 자산을 보유·운용해왔고, 이러한 능력이 부족한 우방국을 상대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가능성을 시사하곤 했다. 러시아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적대국이 중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정보를 중국과 공유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미일이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미사일방어체제(MD)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러, 혹은 북중러로서는 이러한 한미일의 움직임에 맞대응할 필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으로서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 미사일 경보 정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의 미사일 능력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일본도 토마호크 등 공격용 미사일 도입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들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결속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자체적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해 미사일 조기 경보 능력을 갖추기를 원하고 있지만, 최근 두 차례 위성 발사에 실패했다. 설사 북한이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적대국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추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두루 감안할 때, 북한이 러시아와의 미사일 경보 분야 협력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이 미사일 전력의 생존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생존율을 높이려면 유사시 적대국의 미사일 발사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히 탐지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북러 간 군사협력이 이 분야로까지 확대된다면, 한미일과 마찬가지로 북러 관계도 준동맹으로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북중관계에 이어 북러관계도 강화될수록 한중·한러 관계도 악화될 공산이 크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력 건설을 지원할 경우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된다며, 윤석열 정부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미사일 경보 정보'와 '경보 즉시 발사'의 만남에 있다. 냉전 시대부터 미국과 러시아는 상대방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경우 즉각적인 보복이 가능하도록 일촉즉발의 태세를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기계의 오작동이나 인간의 오판·오인에 의한 핵전쟁의 위험도 여러 차례 있었다. 운에 운명을 맡기기에는 기계도, 인간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시대의 교훈이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미일과 북중러는 이러한 교훈을 망각하고 군비경쟁과 군사적 준비 태세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대화는 실종되고 억제만 나부끼고 있다. 억제의 목적은 생존에 있지만, 무분별하고 과도한 억제 추구가 나의 생명도 위태롭게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길 바라며, 오펜하이머는 1953년 초 한 강연에서 강조한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유리병 속에 든 두 마리의 전갈과 같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러려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지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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