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소재 수출액 88%, 고스란히 中으로"

박정일 2023. 9. 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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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 제공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수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양극재를 만들기 위해 원재료인 리튬·전구체 등 핵심 원료 화합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결국 수출액 중 상당부문이 중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K-배터리로 벌어들이는 수출액 가운데 상당부분이 중국에 고스란히 가져다주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는 5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지침이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양극재 수출액이 74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양극재 수출은 2019∼2022년 연평균 77.7%의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과 미국 등에 세운 공장에 양극재를 보내면서 발생한 수출액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양극재 수출이 늘어날수록 원료가 되는 리튬과 전구체 수입이 증가하는 무역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리튬과 전구체 수입 대부분을 의존하는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도 악화하고 있다.올 상반기 리튬과 전구체 무역적자는 각각 50억9000만달러, 21억7000만달러로, 이 가운데 대중국 무역적자만 각각 30억 달러, 21억1000만 달러에 이른다.

리튬의 경우 전체 무역적자의 59%, 전구체는 97%가 중국에서 나온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상반기에 양극재 수출로 발생한 58억1000만달러의 무역 흑자 가운데 약 88%에 해당하는 51억1000만달러가 리튬과 전구체 등 원료 화합물을 댄 중국으로 다시 넘어간 것이다.

작년부터 중국에서 이차전지 제조용 화합물 수입이 폭증하면서 우리나라의 전체 대중 무역수지를 악화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섞은 전구체에 투입해 삼원계 양극재를 만들 때 쓰는 리튬 화합물인 수산화리튬의 경우 대중 적자가 2021년 5억5000만달러에서 작년 32억1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적자도 30억2000만달러로 집계돼 이런 추세대로라면 수산화리튬 단일 상품에서만 올해 60억달러 규모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협은 보고서에서 양극재 제조용 원료 화합물의 자체적인 생산 능력 확보가 미국 IRA 대응은 물론 배터리 소재의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전구체를 수입에 의존하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적격 핵심 광물 비율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할 경우 해외 우려 기관(FEOC) 조건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오는 2025년부터 비율과 관계 없이 배터리에 '해외 우려 기관'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써서는 안 된다. 미국 수출 우회로를 찾으려는 중국 기업과 안정적 원료 공급처가 필요한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최근 국내에서 전구체 등 배터리 화합물 제조를 위한 한중 합작회사 설립 움직임이 활발한 것과 관련, 향후 미국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미국이 기준을 강화해 중국 기업과의 합작사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최악의 경우 사업을 철회하거나 다른 파트너를 구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조만간 구체화할 세부 지침에 따라 한중 합작 프로젝트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아직 관련 세부 지침을 내놓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의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현재 세계 공급망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 기업이 FEOC에 포함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탈중국'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무협은 전반적으로 미국의 IRA 시행이 초래한 배터리 공급망 재편이 당분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우리나라에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경쟁국인 중국의 세계 진출 전략 강화와 미국의 자국 배터리 산업 육성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고성은 무협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미국 등의 정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과감하고 선제적 투자전략을 펼쳐야 한다"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양극재와 전구체의 생산 내재화와 리튬 등 주요 광물의 조달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미국 내 생산이 불가피한 배터리 부품에 관해서는 신속한 대미 투자 결정과 집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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